양성평등위원회, 돌고 돌아 제자리 찾나?

양성평등위원회, 돌고 돌아 제자리 찾나?

총회 인권 및 평등위원회, 제106회 총회서 양성평등위원회 분립 청원키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6월 24일(목) 11:18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인권 및 평등위원회(위원장:이종삼)가 오는 제106회 총회에서 인권위원회와 평등위원회를 각각의 특별위원회로 분리해줄 것을 청원하기로 결정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지난 105회기에 총회 인권 및 평등위원회로 업무가 흡수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빈약한 교회의 현실에서 교단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교회 여성의 권리를 회복하는 소통 창구로 양성평등위원회의 필요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인권 및 평등위원회는 지난 22일 한국교회100주년 회의실에서 제105-3차 위원회를 열고 인권위원회의 존속과 함께 평등위원회를 '양성평등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분리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김예식 목사(예심교회)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윤효심 총무가 인권 및 평등위원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양성평등위원회 분립, 존속을 강하게 피력했다.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김예식 목사는 "양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그동안 한국교회를 위해서 여성들이 감당해 온 일들을 '동역'의 의미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여성을 '돌봄'이 필요한 '약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인권 및 평등위원회에서 양성평등위원회로 분리 독립할 수 있도록 청원안을 올리기로 한 만큼 양성평등위원회가 다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총대들이 여성을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구현해나가는 동역자로 인식하고 양성평등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윤효심 총무도 "인권과 평등은 너무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교회 성폭력문제는 물론이고 여장로 장립, 여성총대 할당제, 여성 평신도 리더십과 관련되 논의하고 소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양성평등위원회의 존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여교역자연합회도 오는 제106회 총회에 양성평등위원회 존속에 관한 청원 연명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제97회기'여성사역개발팀'으로 출발해 제98회기에 '여성위원회'로 신설됐으며 제104회기에 양성평등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교단 내 여성의 권익증진과 지위향상,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온 양성평등위원회는 여성총대 할당제를 교단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꾸준히 앞장서왔다. 제99회와 100회 총회에서 '총회 총대 20명 이상 파송하는 노회에서 여목사 1인, 여장로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해달라'는 청원은 반려되고 제101회 총회에서 '모든 노회가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해달라'는 청원도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102회 총회에서 '모든 노회가 여성총대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하라'는 허락을 어렵게 얻어냈다. 총회 임원회와 헌법위원회에서 권고사항으로 전국노회에 공문을 보내면서 결국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제103회 총회에는 여성 총대는 31명이 참석해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총대 수를 기록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또 교단산하 7개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커리큘럼에 양성평등과목을 개설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고, 교회 내 여성 리더십 개발과 성평등적 문화와 의식 확산을 위해 노회 내에서 여성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신설해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현재 68개 노회 가운데 33개 노회가 여성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임원회 및 대행부서가 여성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노회도 33개 노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여성위원회 운영지침서를 전국노회에 배포해 노회 내 여성위원회가 사용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제105회기 여교역자들의 사역 확장을 돕기 위해 '여교역자 사역연구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양성평등위원회는 도농사회처 산하 인권 및 평등위원회로 통폐합됐다. 그러나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위원회에 양성평등 관련 위원이 배정되지 않은 것과 별도의 예산도 편성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교역자 A씨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교단의 멤버로 인식하지 않고 '약자'로 여긴다"면서 "교회가 남여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남여가 동등하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좋은 교회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양성평등위원회는 분립, 존속되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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