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적 회심

지성적 회심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자전적 고백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1년 06월 11일(금) 17:49
이 시대의 최고 복음주의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지적 방식을 찾아 걸어왔던 여정을 담은 책, '지성적 회심'(생명의말씀사)이 발간됐다. 무신론자였던 저자가 어떻게 기독교로 전향하고 또한 과학자에서 신학자로 활동하게 됐는지를 자전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릴 때, 종교는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회의적 무신론자가 된 배경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종교가 실존적인 필요로 생긴 인간의 창안물에 불과하고 또 장차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마르크스주의의 지적 영향도 언급한다. 심지어 하나님은 인간이 특정한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창안한 존재였다고 주장한 포이어바흐의 영향도 소개한다.

그러나 무신론자였던 저자가 과학의 한계를 지적한 칼 포퍼, 헐, 아서 코스틀러 등의 저서를 읽고는 눈의 비늘이 벗겨지고 세계의 토대가 해체되는 경험을 한 후에 하나님을 발견하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여정을 여유있는 어조로 풀어간다. 특히 그동안 과학이 종교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저자가 쿨슨 등 옥스포드 과학도들과 나눈 대화에서 완전히 깨졌던 부분을 무게 있게 다룬다. 쿨슨은 신앙이 과학에 대한 사랑을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고 과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 보도록 요구했던 인물이었다.

C.S.루이스에게 영향 받은 내용은 이 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여행의 동반자'로 표현한 루이스의 에세이 '그들은 논문을 요구했다'에서 "나는 해가 떴다는 것을 믿듯이 기독교를 믿는다. 그것을 눈으로 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한 저자가 과학과 신앙의 상관관계에 기반을 제공할 심오한 '큰 그림'을 찾았다고 언급할 정도.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신학이라는 두번 째 산을 넘는 여정은 학자로서의 열정도 엿볼 수 있다.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신학 정교수로 초빙된 저자가 과학과 신학 두 분야의 관계를 지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특히 우리에게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옥스퍼드 무신론자이자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와 토론한 내용과 저자가 도킨스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만들어진 신'을 기독교 관점에서 최초로 다룬 책 '도킨스의 망상'의 발간 배경이다.

저자는 과학과 신앙이 양립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소개했다. "과학과 신학은 서로를 보완하고 그것들이 묘사하는 세계를 더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한 지도는 우리의 세계와 그 세계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다른 지도는 우리의 진정한 본성과 운명, 그리고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이 세계에 의미있게 거주하려면 두 지도가 모두 필요하다." 저자는 과학과 신학이란 두 개의 산을 등반한 끝에 이 쌍둥이 정상의 꼭대기에서 풍부하고 복잡한 전경을 둘러보게 됐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끝을 맺는다.


김성진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