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보다 '바름'

'열심'보다 '바름'

[ 목양칼럼 ]

이정우 목사
2021년 06월 16일(수) 08:20
"목사님, 그렇게 열심히 믿었는데, 왜? 여전히 나는 이 모양인가요? 내 속에는 해갈되지 않는 갈증들과 천근만근 되는 답답함이 짓누르고 있나요? 앞으로 신앙생활을 안 할 수는 없고 계속 하자니 그렇고, 신앙생활이 본래 이렇게 맥 빠지고 답답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절 좀, 도와주세요."

한 성도가 절박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던 신앙의 딜레마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면 결코 주리지도, 목마르지도, 답답하지도, 맥 빠지지도 않는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6:35)

열심히 믿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름'이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식을 모르면 문제를 풀 수 없다. 더구나 공식을 틀리게 알고 있으면 문제는 더 풀리지 않는 법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공식을 몰라도 안 풀리지만, 하나님의 공식을 잘못 알고 있으면 더 큰 위기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나님의 공식이란 열심이 아니라 바름과 은혜이다. 물론 신앙생활 안에 열심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열심 그 자체가 신앙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에게서(육) 나온 열심인지, 하나님의 은혜(영)에서 나온 열심인지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은혜 없이 열심히 믿는 데는 성공할 수 있으나, 바르게 믿는 데는 실패한다. 수영을 할 때 수영하는 법을 모르고 열심만으로 수영하면 힘은 힘대로 들고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수영자체가 중노동으로 느껴짐과 동시에 재미 또한 없어진다. 그러나 수영하는 방법을 알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뿐 아니라, 수영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신앙생활도 방법(은혜)을 모르면, 열심히 믿어도 언제나 제 자리에 머물게 된다. 결국, 신앙생활 자체가 피곤함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은혜로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신앙은 더 이상 짐이 아니라 거룩한 삶이 되어 우리를 유익하게 만든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은혜이다.

은혜가 떨어지면 우리는 자꾸 무엇인가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과 부담을 갖게 되고 행위로 의에 이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 보다 "내가 누구냐"에 관심이 더 많으신 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내가 은혜 안에 있는가?, 은혜 밖에 있는가?"를 물어 보아야 한다.

은혜 안에 있으면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신앙의 삶이 어렵지 않지만, 은혜 밖에 있으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삶이 불가능하게 된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은 지식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은 은혜로만 가능하다. 이처럼 은혜 없이 열심만 있다면 노력하면 할수록, 헌신하면 할수록 무기력과 갈증만 더할 뿐이다.

예수님을 믿는 일과 은혜를 받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은혜는 우리의 구원을 완성시킬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우리는 자칭 '신앙의 모범생'과 '열심의 우등생'을 많이 만난다. 참으로 그분들의 '열심'만은 대단하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엉겅퀴와 씀바귀들이 뒤엉켜 있음과 자기모순 속에 살고 있음을 본다. 겉으로는 열심이라는 위선으로 치장되어 있기 때문에 잘 구별이 되지 않지만,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많은 세월 예수님을 믿었다 자랑하면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자아 때문에 힘들어한다. 잘못된 열심이 바른 신앙을 삼켜버린 결과이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의 열심이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것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열심이 아니라 바르게 믿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바르게 믿을 때 삶이 변하고, 왜곡된 자아가 바로 서고, 인생의 목적이 바뀐다. 잠시 열심(자아)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음성 앞에 내 마음의 문을 열어 보자.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바른 가르침 앞에 순종해 보자. 지금도 하나님의 은혜는 폭포수같이 우리 위에 쏟아지고 있다.



이정우 목사 / 안동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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