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질병인가?

게임 중독, 질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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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 장로
2021년 06월 09일(수) 10:07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엄마와 함께 진료실에 왔다. 지나친 게임과 핸드폰 사용, 과격한 충동적 문제행동, 무력감, 매사에 흥미와 재미가 없고 의욕상실, 집중력 및 학습능력 저하 등으로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 상담실을 통해 의뢰됐다. 진료 중에도 진료실 책상 밑으로 손을 내리고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진료를 받는다. 환자는 자기보다 아버지가 더 게임중독이라고 한다. 엄마 정보에 의하면, 아이 아빠는 직장 쉬는 날은 밤을 새우기 일쑤이고 하루 8~10시간씩 게임을 하고 식사를 거르기도 하고 밤낮이 바뀌어 지낸다고 한다. 부자가 모두 게임중독인데 남편은 치료에 거부적이어서 끌고 올 수가 없어 아이만 치료한다고 하소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원국 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 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회원국 194개국 참여하여 결정됐으며 2022년 1월부터 진단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2026년에 한국질병분류(KCD)에 포함될 예정이다.

'게임사용장애'의 정의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지속·반복적으로 다음의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경우이다. 그 기준으로 ①게임(시작, 빈도, 강도, 지속, 시간종료 등)에 대한 통제가 불능하고, ② 다른 생명의 이익과 일상 활동보다 게임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③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의 계속 또는 단계적 확대하게 될 경우이다. 진단 필수사항으로 최소 12개월 이상의 빈도, 강도, 시간 추적 후 진단이 된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적 진단은 질병 증상의 정도와 기간이 있듯이 게임사용장애도 정도와 기간을 정하여 질병으로 정한다. 또한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 약물 중독과 인터넷, 도박, 게임 등 행위 중독이 있으며, 모두에게 내성과 금단 증상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1.8% 게임중독에 해당하며 약속한 게임시간을 넘기거나 학업이나 생활에 지장을 주고 게임을 못할 때 불안감을 느끼는 금단증상으로 나타난다. 온라인 게임 중독률은 7.9%인 만5~9살에서 6.8%인 성인보다 높다. 어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어릴 때 게임중독으로 성인까지 연장되며, 특히 어릴 적 게임중독으로 인한 뇌 구조의 변화로 인한 향후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연구진의 자료에서 게임중독자의 뇌 영상을 일반인과 비교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크기가 정상인의 것보다 14%가 컸다. 또한 판단력이나 기분과 연관된 두정엽 일부도 용적이 17%가 컸다. 이 뇌 부위가 중독증상이 심할수록 더 많이 커져 있었다. 즉 게임중독으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과부하가 걸려 뇌가 부은 것으로, 게임중독이 뇌 구조까지 바꾸게 한다는 경고 메시지이다. 결국은 게임중독자들이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되고, 감정조절의 어려움이 있어 충동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게임산업과 관련된 단체나 기관에서는 게임중독을 질병화 하는 것에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프로게이머와 게임중독자는 뇌 구조가 다르다. 그래서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개인의 삶을 파괴하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질병이기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술(알코올)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범주에서 적절한 처방에 의하여 사용되면 좋은 약이 되고 법에 허용하는 정도에서 즐거운 문화가 될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신나고 즐거운 놀이 문화로 게임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황원준 장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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