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주는 사랑

퍼 주는 사랑

[ 목양칼럼 ]

전종은 목사
2021년 06월 09일(수) 08:15
필자가 목회하는 평택은 한창 개발 중이다. 한쪽에서는 삼성반도체 공장을 짓고, 또 다른 쪽에서는 고덕국제신도시를 건설 중이다. 아침 출근 시간이 되면 전국에서 모여든 건설노동자들로 인산인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밥집들도 들어오게 마련이다.

몇 해 전에 현장근로자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교회에 등록하였다. 식당 주인은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중년의 남성들을 한 분, 한 분 교회로 인도하셨다. 그분이 교회로 인도하신 분들은 전에 신앙생활을 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 분들이었다. 소위 '가나안 교인들'인 것이다.

나는 그분이 '가나안 교인들'을 어떻게 다시 교회로 인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였다. 한번은 그분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은 적이 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집사님은 식당 일로 바쁘실 텐데 어떻게 전도를 잘 하십니까?" 그러자 집사님께서 자기 삶을 잠시 나누셨다.

"목사님, 저도 전에는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전도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먹고 사는 일에 매여서 아무 봉사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나님의 일을 하지 못해서 늘 죄송한 마음뿐이지요. 고작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식당에 오는 손님들에게 퍼 주는 거예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마음껏 퍼 주고 사랑을 베풀어 주니깐 제 말을 잘 들어요. 교회에 가자고 하니깐 그냥 순순히 따라오던 걸요. 요즘에는 교회 가자고 말만 하면 안 돼요. 사랑을 보여 줘야 돼요. 퍼 줘야 돼요. 퍼 주면 잘 따라와요."

나는 집사님과의 짧은 대화를 통하여 전도를 다시 배운 느낌이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전도는 쉽지 않았다. 전도를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고 싸늘하였다. 코로나 이후 전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교계에서는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 중에 있다. 교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요즘이지만 여전히 전도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식당 주인의 말은 코로나 이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소박하지만 생각하게 한다. '목사님, 이제 말로는 안 돼요, 퍼 줘야 돼요. 퍼 주면 잘 따라와요.' 가볍게 나눈 대화였지만 식당 주인의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의 삶을 점점 움츠러 들게 한다. 힘든 일을 만나면 사람들은 자기만을 예민하게 생각한다. 세상에서 내 문제가 가장 크게 보인다. 다른 사람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교회 역시도 코로나 상황 속에서 내 교회만을 생각할 수 있다. 내 교회 문제가 가장 크게 보인다. 코로나로 교회의 손이 더욱 인색해질 수 있다. 이것이 코로나 시대를 보내면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더 이상 이웃을 향하여 손을 펴지 않으면 전도의 문은 급하게 닫힐 것이다.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서 영적인 리더십을 잃고 말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사랑이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더 이상 말로서는 안 된다. 퍼 주는 사랑을 삶 속에서 살아내야 한다. 퍼 주는 사랑으로 이웃들과 사귐을 가질 때에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교회의 이야기를 들어 줄 것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자기 손을 움켜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나의 손을 펼 때이고, 교회의 손을 펼 때이다. 교회가 먼저 손을 펼 때에 지역 사람들은 교회를 따라올 것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이 때에 퍼 주는 사랑을 통하여 지역사회 속에서 다시 존귀함을 회복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전종은 목사 / 평택 신흥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