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작가
2021년 06월 02일(수) 10:00
가정의 달이었던 5월, 많은 곳에서 가정의 소중함과 부모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때이다. 아이티에서 촬영을 하는 동안 나는 이곳에서 많은 가정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렇게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내 마음에 기억이 남는 한 가족사진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자르(Azar). 현지에서 내가 마을 현장에 갈 때마다 곁에서 통역을 해주는 10대 소년이다. 아자르는 또래 아이들보다 영리하고 무엇보다 영어를 잘 구사하여, 촬영이 있는 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성실한 아이이다.

마을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을 잘 소화하여 처음에는 이 친구가 다른 아이들보다 형편이 넉넉한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자르가 갑자기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였다. 반가운 마음으로 나는 그의 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의 집 역시 쓰레기 더미 속의 낡은 판자집이었고 다른 가정과 차이가 없는 몹시 어려운 환경이었다.

더 놀랐던 것은 집에는 어머니와 동생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년은 묵묵히 가정에서 맏이로서 때로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고 있었다. 늘 작은 소년으로만 생각했던 그를 다시 바라보는데 어깨에 주어진 무게가 느껴졌다.

당장 그를 도울 여력이 되지 않아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으로 나는 그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주었다. 비록 그의 가정의 현실은 어려웠지만 사진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미소와 창가에서 내려쬐는 빛은 너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그 미소는 이 모든 현실과 상황을 무색할 정도로 모두 녹여버린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주어진 현실과 미래가 막막해도 포기할 수 없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바로 가족이란 소중한 존재 때문이 아닐까? 아자르는 그런 면에서 이 무게를 잘 감당하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이 아이에게서 이 땅의 내일을 본다.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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