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대용, 주스 등 현재도 쓰임새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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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18. 쥐엄열매

이강근 목사
2021년 06월 01일(화) 12:30
6월의 쥐엄나무 열매. 가을이 되면 검은색으로 익어간다.
텔아비브 다이아몬드원석 가공소(라마트간)의 쥐엄나무 열매 씨앗. 씨앗의 무게가 캐럿 무게의 기준이 된다.(2019년 촬영)
거의 20년 전이었을까, 지중해의 그레데 섬 남단 미항을 찾았을 때 바닷가에서 현지인들이 뭔가를 맛있게 곱씹어 먹고 있는 것이 있었다. 하나 건네 주길래 받으니 딱딱한 쥐엄열매였다. 아니 이걸 먹다니. 그래도 받았으니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 해서 한조각 씹어보니 단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쥐엄열매가 이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것이였었나? 왜 한국교회에는 쥐엄열매를 돼지나 먹는 하찮은 것으로 알려졌을까?

쥐엄열매는 원산지가 시리아지만 지금은 중동과 지중해 지역 전역에서 자라난다. 특히 그레데섬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쥐엄열매 재배농장이 아스테로우시아(Mt.Asterousia) 산자락에 있었다. 쥐엄열매는 풍부한 영양분 뿐 아니라 맛도 달콤해 간식과 요리용 시럽 그리고 시원한 주스 음료로 인기 있는 식료품이다. 그레데섬에서는 쥐엄열매를 블랙골드(Black Gold)라 부른다.

성지순례팀을 인솔하며 거리의 냉 주스 한 잔씩 마시게 한 뒤 이게 바로 쥐엄열매주스라고 말하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달곰한 것이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슬림들은 매년 있는 라마단 금식월에 매일 금식을 풀며 첫 음료로 쥐엄열매주스를 마신다. 몸 보신용 음료다. 보석 중 보석인 다이아몬드의 무게 단위인 캐럿이 바로 이 쥐엄열매 씨앗의 무게다.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70퍼센트 이상을 가공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라마트간에서는 아직도 이 쥐엄열매를 저울 옆에 두고 가공을 한다.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야곱이 애굽으로 내려가는 아들들에게 가나안 땅의 소산물들을 그릇에 담아 보낸 물품 중에 쥐엄열매 액이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러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로 드릴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유향나무 열매와 감복숭아니라"(창43:11).

꿀 조금이 바로 쥐엄열매 액이다. 쥐엄열매 액은 고대로부터 종려열매와 함께 꿀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쥐엄열매는 애굽에서도 귀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문헌에 따르면 이집트 중왕국 이후에 쥐엄나무가 재배되었고, 람세스 3세 때 바로는 쥐엄열매를 신들에게 바치는 봉헌목록에 포함시켰다. 쥐엄나무로 만든 가구조차도 제물로 드려져 열매나 목재 모두 귀한 것이었다. 고대 이집트 왕의 무덤에서는 쥐엄열매가 발견되었고 시신를 미이라로 처리할 때 쥐엄열매 액을 사용하였다.

예루살렘성벽 가에 심기워진 쥐엄나무.


이집트에서는 오늘날에도 쥐엄열매를 과자로 먹고 열매를 발효시켜 알콜음료로 마신다. 이는 이집트 뿐 아니라 고대 로마나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슈퍼에서는 포장된 마른 쥐엄열매와 요리용 시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쥐엄열매의 오랜 역사 만큼이나 그 용도와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런데 어떻게 쥐엄열매가 한국교회에서는 돼지나 먹는 하찮은 것이 인식되었을까? 그 오해는 바로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서다. "그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눅15:16). 돼지가 먹는 다는 이유만으로 쥐엄열매는 꿀꿀이 죽처럼 하찮은 것으로 인식된다. 물론 중동과 유럽에서는 기근이나 전쟁시에는 건조시킨 마른 쥐엄열매를 간식이나 식량으로도 먹는다.

쥐엄열매와 돼지의 관계를 조명해 보자. 고대 로마에서는 소와 양과 돼지를 신전에 제물로 드렸다. 프랑스 파리 루부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로마시대 부조가 이를 말해준다. 유대인들에게 그렇게 금기시 된 돼지가 갈릴리 호수 동편 거라사인의 땅에서 대단위적으로 사육된 것도(마9장, 막5, 눅8장), 식용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로마제국의 데가볼리지역의 여러 신전에서 드려지는 제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특히 신의 제물이 될 돼지에게 그 먹이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닐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성경에 딱 한번 나온 쥐엄열매가 하찮은 돼지먹이가 아니라 오히려 돼지에게 먹이기에는 과분한 것이어서 탕자 조차 얻어먹지 못했을 것이란 추정은 어떨까 한다. 성경의 땅에서 쥐엄열매의 역사와 용도를 먼저 알고 나서 탕자의 비유를 읽는 다면 아마 다른 시각에서 쥐엄열매를 보게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상보기 : https://youtu.be/fZVKlGqT5RI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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