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하나님의 은혜

목회는 하나님의 은혜

[ 목양칼럼 ]

이정우 목사
2021년 06월 02일(수) 09:51
1985년 12월 신대원 졸업을 앞두고 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 때다. 당시 필자는 아직 청빙 받은 곳이 없었다. 그때 소개받은 교회가 김제건 목사님께서 시무하시고 계시던 고척교회였다. 이력서를 들고 버스와 전철을 타고 교회를 찾아갔다. 처음 뵙는 목사님의 인상은 넉넉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목사님께서 이력서를 보시고 몇 가지 질문을 하셨고, 성실하게 대답했다. 이 첫 만남이 면접이었고, 그 자리에서 청빙 되어 이사 날짜를 잡고 정식으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 김 목사님께 이렇게 인사를 드렸다. "목사님! 최선을 다해 충성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목사님은 제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전도사님! 아니에요.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게 하세요. 진실하게 하세요." 목사님의 그 말씀 앞에 오히려 부끄러웠다. 이 때부터 필자는 목회는 성실과 진실로 해야 함을 깨닫고, 귀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때 마침 청주에서 목회하시는 복대교회 민병억 목사님께서 서신을 보내 주셨다. 고향에 내려와서 섬기면 좋겠다는 편지였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사한 편지였다. 제게 민 목사님은 늘 존경하며 믿음의 아버지처럼 여기는 분이셨다. 당장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먼저 고척교회 목사님께 들은 말씀이 내 속에서 맴 돌았다. "이 전도사님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게,진실하게 하세요."

아버님 같은 민 목사님의 부름의 은혜에 감사함과 양해를 구하고자 곧장 청주로 내려갔다. 김 목사님과의 만남을 말씀드렸더니 민 목사님께서는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다. 오히려 흐뭇해 하시며 용기를 주셨다.

필자는 이때의 일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 두 가지 사항을 지키며 목회하고 있다. 첫 째는 "베푼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며 목회하자"이다. 신학교 졸업 후 36년 동안 목회하는 동안 필자에게 배려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목사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성도님들을 잊지 않고 마음에 기리며 목회하고 있다. 그 때를 떠올리며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자만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한 걸음 한걸음 내딛으려고 노력한다. 그분들 모두는 부족한 종의 목회에 힘을 주고, 함께 해 주신 수호천사들이었다.

둘째는 "목회는 성실하게 해야 한다"이다.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면 전임 전도사, 부목사, 이민 교회 목사, 담임 목회자로 우직하게 걸어 왔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의 산물이었다. 필자는 지금 안동서부교회에서 14년째 섬기고 있다. 부임 초기에 하나님의 은혜로 100% 이상의 교회 성장을 온 성도들과 함께 경험한 적이 있다.

한 장로님께서는 추수감사 대축제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목사님의 목회 비결은 무엇입니까?" "장로님!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고 답했더니 그분은 제게 그런 상투적인 답변 말고 구체적인 방법론적 답을 요구하셨다. 그 때 필자는 재차 대답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저는 하나님 앞에 성실 하려고 노력했고,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로 교회가 부흥했습니다"라고 말이다. 덧붙여 "내가 충성했다면 나의 공도 있겠지만, 나는 맡겨진 사명 앞에 성실과 진실을 담았기에 부흥은 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했을 뿐입니다." 그 대답에 한 장로님은 "목사님은 서부교회를 은혜로 접수하셨다"고 화답해 주셨다.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과 충성만으로 일관하려고 했던 목회 초년생에게 목회는 성실함과 하나님의 은혜로 함을 알게 해 주신 두 목사님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우 목사 / 안동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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