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달려가고 싶은 교회

청년이 달려가고 싶은 교회

[ 주간논단 ] 청년주일에 붙임

원영희 회장
2021년 05월 21일(금) 10:00
"놀러가는 것보다 더 신났던 것 같아요, 사실!" 30대 초반의 이 기독 청년은 무엇이 그토록 재미있어서 교회로 달려갔을까?

요즘 우리 개신교회들의 가장 긴급한 기도 제목은 대학청년부를 '되'살리기 위한 변화이다.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 "3년 내로 교회를 떠나겠다"는 청년들을 불러 앉힐 길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 청년의 고백이 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21세기 교회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기독청년(19~39세) 700명 응답자 40%가 "10년 후엔 신앙은 유지하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앙을 버릴 것 같다"고 응답한 7%까지 합하면 47%, 거의 절반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한 셈이다. 크리스찬 디아스포라로서가 아니라 교회를 안다니겠다는 강한 입장이다.

'세상보다 교회로 달려갔다'는 밝은 청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학청년부 주변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준비하며, 경조사, 병원 찬양 봉사까지도 서로 함께 돕는 일이 좋았습니다. 의도도 좋고, 모인 사람들도 좋고, 찬양으로 준비하니 더 좋고, 여러모로 그냥 즐겁고, 웃기고, 재미나고, 정말 놀러가는 것보다 더!"

저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함께 해 나가며, 일 자체보다 그냥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교회로 달려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똑같은 마음으로 달려온 청년의 친구들. 그들로 인해 대학청년부는 들썩였고 소란했고 살아있었다. 청년의 말 속에 반복해서 나오는 표현, '좋은 일, 함께, 돕는 일, 의도가 좋고, 친구, 즐겁고, 재미있고, 웃기고…'

청년에게 다시 "코로나19 전염병이 터졌는데?"라고 물었다. "그냥 좀 기다리면 지나가지 않을까요!" 이 여유는 또 뭔가?

IT에 익숙한 저들, AI와도 금방 동료가 되는 기막힌 인류, 새로운 기업 인프라로 ESG가 낯설기만 한데, 이들에게는 완전히 당연한 환경이다. 코로나19도 두렵지 않은 이들! "그냥 좀 기다리면!" 얼마나 통쾌한 답인가! 새벽이슬처럼 영롱한 이들이 교회, 특별히 개혁을 두려워하는 교회 속에 있으면 이들로 인해 교회는 환상을 보는 몇몇 어른들과 함께 이미 개혁의 닻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교회에 청년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다. 저 바깥세상은 점점 이들이 살기에 맞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세상에 울타리를 친 교회 안쪽에서는 이들의 재미에 딴지를 걸고, 달리지 말고 걸으라고 하기 때문 아닌가? 수십만 청소년들이 대학입시로 기가 죽고, 수십만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 폭풍 속에 새벽이슬의 영롱함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미래의 시간뿐 아니라 지금, 여기, 현재에도 소중한 청년들인데, 이들을 몰아낸 교회는 하나님께서 절대 기뻐하시지 않는다. 저들이 스스로 걸어 나가버렸다 해도, 결국 하나님은 우리 믿음의 어른들이 내보냈다고 보시지 않을까?

주님의 권능의 날에 '거룩한 옷'을 입은 우리들이 '즐거이' 헌신하면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 도다"(시편110:3)는 말씀처럼 우리 어른들이 먼저 구별된 모습으로 '즐거이' 주님께 헌신하는 삶을 살면, 우리의 청년들이 우리를 보고 주께 나아온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보고 계심을 알기만 한다면, "어린 때를 즐거워하고, 청년의 날들을 기뻐하고 원하는 길을 가며 눈이 보는 대로 행하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전도서11:9)이시다. 우리는 혹시 '즐거워하고' 혹은 '기뻐하고 원하는 길'을 가기 원하며 '보는 대로 행'하길 원하는 청년의 앞길을 두 팔 길게 벌려 막고 있지 않나? 교회의 어른인 우리는 저들의 '어림'을 어리석음으로 간주하는 낡은 생각의 주인공들임을 알고 회개해야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하시는 예수님의 명령처럼, 저들의 '어림'이 미래를 헤쳐 나아갈 순수한 용기임을 잊은 우리 어른들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하나님 앞에 깊이 회개하는 청년 주일이 되길 기대한다.



원영희 회장/한국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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