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나쁜 부모역할 하는 부모는 없다"

"작정하고 나쁜 부모역할 하는 부모는 없다"

[ 목양칼럼 ]

박재학 목사
2021년 05월 19일(수) 09:51
몇 해 전에 스물 일곱 살 아들과 대화하던 중 아들이 "아빠 왜 제가 동생하고 안 싸우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듣고 보니 아이들끼리 싸웠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딸 사이에는 별 갈등 상황 없이 성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조금 뜻밖이었다. "왜냐하면, 어릴 때 아빠에게 동생과 싸웠다고 추운 겨울 내복 차림으로 사택 옥상으로 쫓겨나 벌을 받았잖아요. 그래서 그 때 이 후로 안 싸운 거예요." 그 때의 사건이 아들아이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었던 모양이다. 하나 뿐인 여동생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 하고 지내왔던 것이다. 아들과 짧은 이 대화는 좋은 아버지라고 자부했던 나의 자신감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필자의 아버지는 직업이 광산업이다 보니 집보다는 지방에서 생활하는 날이 더 많았다. 어느 날 집에 오셨을 때 필자도 동생과 싸웠다. 어김없이 늘 익숙한 대로 동생과 함께 집 대문 밖으로 쫓겨나 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양육된 경험이 그대로 자녀를 향해 흘러 갔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들에게 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아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아빠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는데 좋은 아버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때 그렇게 했어. 늦었지만 미안하구나. 아빠를 용서해 줄래?" 아들은 "그럼요. 내 나이가 벌써 몇 살인데…." 그러겠다고 해 주었다. 그 날의 대화는 필자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목회 현장에서 더 열심히 아름답고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사역에 집중하는 작은 동기도 되었다.

모든 부모는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가 되기를 희망한다. 작정하고 나쁜 부모역할을 하는 부모는 없다. "너희 중에 아버지 된 자로서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눅11: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인지 잘 모른다. 필자도 잘 몰랐다. 좋은 부모 모델을 경험하지 못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 건강한 아버지와 건강한 어머니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행복한 아버지, 행복한 어머니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행복한 가정이 많은 교회가 행복한 교회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일, 칠십 세 되신 권사님이 반갑게 인사하신다. "목사님! 저 이번에 부모교육 등록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이미 자녀를 성인으로 장성시켜 두신 권사님이 부모교육을 받으신단다. 지난 시간 부모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자기 성찰과 자녀와의 화해, 좋은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란다. 참 감사한 일이다. 부모교육에 참여하면서 점점 자녀들과 좋은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하나님께서 이 사역을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느끼게 된다.

현대기술 문명의 발달과 함께 분주함과 물질주의는 부모와 자녀, 가족간의 연결을 파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녀들이 혼란하고 무질서한 세상 한 복판에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지쳐 있을 때, 끝없는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길을 잃게 될 때, 수많은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문득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낄 때 피난처가 될 수 있는 곳은 가정이어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는 공부, 부모공부는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필요하다. 부모공부를 하는 부모가 있는 가정은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견고한 의뢰가 있나니 그 자녀들에게는 피난처가 있으리라"(잠 14:26)



박재학 목사/광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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