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 코로나 시대

IMF 시대, 코로나 시대

변창배 목사
2021년 05월 04일(화) 14:24
변창배 목사
우리나라는 1997년 말에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경제위기를 겪었다. 당시에 국가 부도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가 연쇄적으로 '외환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권고에 따라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해 12월 3일에 IMF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바닥이 난 외환을 보충하는 대신 IMF의 국가경제 구조조정 권고를 받아들였다.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대외개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2001년 8월 23일에 국제통화기금 차관을 모두 상환하면서 공식적으로 IMF 관리체제가 종식되었다. 그 해 말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IMF 관리체제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어 놓았고, 한국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금모으기운동'으로 상징되는 국민적인 노력도 외환위기 앞에는 역부족이었다. 많은 회사들은 부도나 경영 위기를 겪었다. 국민들은 대량 해고와 경기 악화로 고통을 당했다. 국내 자산의 대규모 헐값 투매, 투자 부진, 고용 악화와 노숙자 양산, 양극화 심화, 출산율 저하 등이 뒤따랐다.

사건 직후인 1997년 12월 18일에 치루어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김대중 정부는 IMF의 요구를 전면수용하고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 시기에 한국사회는 IT 산업 장려, 대기업간 통폐합, 벤처산업 육성,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 경제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대대적인 변혁을 경험했다.

IMF 관리체제를 벗어났어도 한국사회는 여전히 IMF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졌다. 한미 경제관계가 진전되면서 한일관계는 냉각기에 돌입했다. 애초에 외환 유동성 위기의 뇌관은 국내 은행의 일본 단기외채 급증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일본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나 미국의 개입으로 포기하고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선회했다.

코로나19는 IMF 관리체제로 촉진된 한국사회의 세계화 추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비단 한국사회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지구촌의 신자유주의 물결을 바꾸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 26개 국가간의 자유로운 이동과 통행을 보장하던 쉥겐조약도 휴지조각이 되었다. 국가와 지역간에 여행객의 이동이 멈추면서 여행 항공 숙박업이 위기를 맞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유흥 식당 소매업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백신은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백신 유효기간은 최대 6개월을 넘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생래적으로 변이를 거듭하는데, 백신의 개발은 이를 뒤따르지 못한다. A형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처럼 강력한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다. 한 국가가 집단면역상태가 된다고 해도 지구적인 규모의 자유통행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꽁꽁 얼어붙었던 지구촌 경제가 되살아나도 완전한 회복은 요원하다.

2001년에 IMF 관리체제가 종식된 뒤 IMF 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되었다. 코로나19의 회복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무한히 확대될 것같은 세계화에 제동을 건 코로나는 계속해서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19는 풍토병이 되어서 우리 곁에 남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20년, 혹은 30년 간 코로나시대를 살아야 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반도에 전쟁이나 원자력발전소 사건이 일어나거나 남북간에 평화통일과 같은 큰 변화가 없는 한 이 시대를 '코로나시대'라 부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동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으로 살아야 할 수 있다. 지금 가능한 것은 앞으로도 가능하고, 지금 불가능한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도리어 코로나시대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규칙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관행을 수정하는 편이 지혜로울 수 있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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