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주일을 지키고 기도하는 교회 있습니까?

노동주일을 지키고 기도하는 교회 있습니까?

인권선교정책세미나 교회와 사회 포럼 '노동과 인권'
한국교회, 성도들이 겪는 고단한 노동과 위기의식 인식
노동인권 해결에 대한 대안 제시하고 노력해야 할 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4월 22일(목) 14:05
배달·택배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를 포함한 청년노동자들이 코로나19보다 더한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교회가 교회안팎의 노동자들이 겪는 고단한 노동과 위기의식을 인식하고 ,목회와 선교사역에서 노동인권을 담아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총회 인권및평등위원회(위원장:이종삼)와 사회문제위원회(위원장:김휘동)는 지난 20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노동과 인권'을 주제로 '인권선교정책세미나 교회와 사회 포럼'을 개최하고,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더 열악해진 노동현장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위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저는 매일 아픕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거든요."

이날 포럼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용균이 엄마' 김미숙 이사장의 '산업재해 현장의 증언'부터 시작됐다.

김미숙 이사장은 "용균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사회가 노동자들의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사고는 은폐됐고 사고 처리 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이 짐승보다 못한 처우를 받다가 일하고, 죽었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김미숙 이사장은 40일동안 단식투쟁을 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켰다. "매일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고 싶었다"는 김 이사장은 "처벌이 목적이 아닌, 기업이 안전에 책임을 갖고 사람을 살리는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기업은 안전보다 빠져나갈 궁리에 바쁘고 정치권은 당리당락에만 사로잡혀 '또 다른 김용균'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교회와 성도를 향해 "지금도 산업재해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기업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는 허망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서 "이웃을 보살피는 것이 나 자신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라"고 관심과 연대를 촉구했다.



#한국교회, 위기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숨 쉴 구멍'되어야

'코로나19시대 콜센터와 택배노동자의 현실과 인권'을 주제로 발제한 오현정 상담사(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는 "지난 한해 15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4%가 '나도 과로사를 겪을까봐 두렵다'고 대답했다. 동료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애도는 커녕 '나도 죽겠구나'라는 두려움과 무기력은 노동자들의 마음건강을 손상시키고 급기야 자살충동을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오 상담사는 또 지난해 3월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콜센터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전하며 "노동자들은 올 것이 왔다고 느끼면서 감염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는데 대부분 책상이 다닥다닥 붙었어가 마스크 쓰기 어려운 근무 형태로 감염에 취약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이 집단감염에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원도 충원하지 않는 등 재난 대응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미비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8월 '#택배없는 날을 응원합니다 #늦어도 괜찮아' 캠페인을 언급하며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연대가 28년만에 공식휴가를 만들어냈고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심리적인 안전지대가 되어주었다"면서 "노동자로서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노동권은 최소한의 안전지대이며, 그 안전지대에서 코로나 시대의 숨은 영웅인 필수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현실에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노동인권을 목회와 선교에 담는 3가지 방법'을 주제로 이날 포럼에서 3가지 제언을 했다.

손 목사는 "총회가 지난 1959년 노동자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제정한 노동주일을 지키고 기도하는 교회들이 얼마나 있을까?" 자문하며,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노동주일 설교와 성도의 10가지 약속 공모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동주일 설교와 성도의 10가지 약속'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이 노동과 신앙의 문제를 깊이 숙고해 쓴 설교문과 약속문이며, 올해 처음 시도되어 5편이 25일 노동주일을 기점으로 온프라인에서 배포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손 목사는 한국교회가 "1년에 한번 건강검진 하듯 노동주일을 지키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문제에 대해 설교하고 기도하고 교육할 것"을 제안했다.

두번째로 손 목사는 노동자 마음돌봄사업과 관련, 노동자심리상담을 통해 우울과 상처가 깊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만나고 기도하며 내적 회복과 관계 능력을 키워갈 것을 제의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노동자심리상담 '품'을 시작으로 현재 쉼힐링센터를 운영하며 심리상담네트워크인통통톡 사무국 역할을 함께 해오고 있다.

손 목사는 "현대사회와 노동문제에서 내적 심리와 관계의 문제가 점증하고 있다"면서 "이 사업은 노동사회의 긴급한 필요이고 선교적인 차원에 선택한 일이다. 교회가 주중에 이들을 위한 공간을 열어준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품이 되고 선교의 그물을 내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총회의 정책적 지원과 개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촉구했다. 그는 "현재 지구공동체의 위기가 점증하는 가운데 국가간 대안과 협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 존속되는가에 대한 신앙적인 물음, 선교적·목회적 연구와 기도와 도전들이 나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은숙 기자
청년노동자 86.3% "일자리 못구해"    '코로나19시대 청년노동자들의 현실과 인권' 사례 발표    |  2021.04.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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