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가"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가"

[ 부활절특집 ]

전은진 전도사
2021년 04월 01일(목) 06:20
총격 사건이 발생한 마사지숍 앞에 놓인 조화들.
박순정, 현정, 김순자, 유영애.'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친근한 여성의 이름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다. 그들은 내가 살았던 곳에서 약 5km도 안되는 곳에서 일하던 나의 이웃이었다. 2021년 3월 16일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서 한 백인 청년이 한인 4명을 포함해 총 8명에게 총격을 가했다. 충동적 사건이 아닌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였다는 사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된 미국 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과 차별을 감시하는 비영리 단체 스톱에이에이피아이헤이트(Stop AAPI Hate)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3800건에 달하는 반 아시아 인종 차별 사건을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여성과 노인에게 혐오 발언, 폭력이 집중됐는데, 이는 단순히 인종 차별 혐오 문제를 넘어 '성적 대상으로 취급되는 아시아계 여성들에 대한 시각'과 '모범적 소수민족(model minority)이라는 아시안인들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 소외 현상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는 말씀대로 애틀랜타에 있는 교회들과 필자가 재학중인 에모리캔들러신학대학원에선 다양한 추모 모임과 포럼이 열렸다. 애틀랜타중앙교회,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성김대건한인천주교회 등 애틀랜타 지역 한인 교회와 성당들이 주관한 희생자 추모 기도회가 지난 3월 21일 열렸다. 한 참여자는 "지역 종교시설들이 아시아계 혐오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에모리캔들러신학대학원에서는 아시아 학생들을 중심으로 3월 25일 기도회가 진행됐다. 또한 26일에는 '반 인종차별과 기독교인들의 응답'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해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관한 신학적 담론을 나누는 동시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겪고 있는 차별 해소를 위한 과제들을 논의했다.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아시아인으로, 여성으로, 사역자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가 다시금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나는 한국에 살면서 이방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았는가? 유색인종인 나는 흑인과 백인을 구별하지 않았는가? 여성인 나는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는가? 사역자로서의 나는 성도들의 삶의 경험을 충분히 공감했는가? 한국교회가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품을 수 있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교회 안에서 약자인 여성과 청년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기를 기대해 본다.

전은진 전도사 / 에모리캔들러신학대학원 재학
'내 피로 다른 사람이 회복한다면...' 헌혈 동참하며 부활 신앙 묵상        |  2021.04.0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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