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나비야

미안해, 나비야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1년 03월 26일(금) 10:00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더니 봄이 찾아왔다. 남녁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고, 서울에도 양지바른 곳에 목련이 피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은 우리에게 예배 회복의 희망을 전한다.

봄에 피는 봄꽃은 나비의 놀이터이다.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는 벌레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 순진한 아기들이나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머리에 한 쌍의 더듬이를 이고 두 개의 겹눈을 가진 나비가 하늘하늘 나는 모습은 아름답다. 장수풍뎅이와 함께 표본 수집가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곤충이다.

나비의 날개는 날개비늘인 인분(鱗粉) 덕분에 아름다운 무늬를 띈다. 인분 자체는 무색이지만, 이것이 기하학적인 구조로 층을 이루어 특정 빛을 반사하고 나머지 빛을 흡수해서 색깔을 띄게 된다. 인분의 기하학적 구조 덕분에 날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날개 덕분에 나비는 동화나 여러 문학작품에 착한 역할로 등장한다.

나비는 전세계에 약 1만 8000여 종이 보고되어 있고, 우리나라에 2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나비는 알에서 시작하여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덕분에 일찍부터 신앙적인 변화와 회심의 상징이 되었다.

코로나로 중단되었지만, 전라남도 함평군은 청정 지역을 표방하며 나비를 길러서 나비 축제를 열었다. 매년 5월 초 축제가 시작되면 되면 관광객이 몰려와서 축제 기간에는 함평역에 KTX가 정차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나비축제 부지에서 국화를 테마로 국향대전 축제도 개최했다. 나비축제는 성공적인 지역 특성화 정책으로 손꼽혔다.

최근 코로나19로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 3월 4일에 미국에서 기후변화가 나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 네바다대, 애리조나대 등의 공동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변화가 나비 개체수 감소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1980년대 이후 40년 동안 미국 서부지역 70곳에서 450종의 나비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해마다 1.6%의 비율로 감소했는데, 그 원인이 기후변화에 따른 가을철 온난화와 건조화라는 것이다. 그 동안 기후변화가 꽃가루매개충 감소 원인이라는 추정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도시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나 살충제 사용 등의 영향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포리스터 교수 등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아서 사피로 진화 및 생태학 교수, 북미나비학회(NABA),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iNaturalist) 등 세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과학자들의 오랜 관찰 결과를 토대로 연구했다. 연구팀은 1977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에서 최장 4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집한 북미나비학회 등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주요 도시, 농지별 농업 형태, 국립공원 보존지구 등 다양한 토지사용 분포를 판별하고, 고도 및 위도별 기후변화도 밝혀냈다. 그 결과 기후변화와 나비의 개체수 감소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벌이나 다른 곤충과 함께 꽃가루를 매개하는 나비는 야생식물뿐만 아니라 경작식물에도 필수적이다. 일찍부터 관측되던 곤충의 개체수와 다양성의 감소현상에 더해서, 꽃가루매개충이 빠르게 감소하는 현상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먹이사슬,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로 봄이 와도 봄같지 않은데, 기후변화로 나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나비나 꽃가루매개충이 사라지면 봄은 더 이상 봄이 될 수 없다. 나비가 날지 않는 봄은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한국교회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온 세상과 뭍생물의 청지기의 소임을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코로나시대의 회복은 마땅히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어야 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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