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때

통합의 때

[ 이슈&Issue ]

박만서 상임논설위원
2021년 03월 16일(화) 17:14
"결국 다시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한 목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A와 B 교회가 각각의 필요에 따라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통합을 선언하고, 기쁜 마음으로 이를 축하하며 예배도 드리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A 교회는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B 교회는 상가를 입대해서 사용하던 중에 교회 건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각각의 형편을 알게 된 양 교회가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통합을 추진했고, 마라톤 회의 끝에 하나의 교회로 출발하기로 했다.

A 교회를 담임하던 목사는 교회를 은퇴하기로 했으며, 통합된 교회의 담임은 B 교회의 담임목사가 맡기로 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통합이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교회 교인들은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헤어졌다. 교회당을 소유하고 있던 A 교회 교인들은 들어온 B 교회 교인들을 굴러온 돌 취급을 했으며, B 교회 교인들은 건축비를 본인들이 부담했다는 것을 내세워 A 교회 교인들을 무시했다. 물과 기름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교인들이 하나 둘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들어온 교인들의 이탈이 점점 더 켜지면서 결국 담임목사만 외톨이로 남았다. 더 이상 목회를 지속할 수 없어서 담임목사는 교회를 나와 기존 교인들을 추슬러서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최근 한국교회 상황이 녹녹치 않아지면서 자구책으로 교회 통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예배가 중단되고, 상가 등을 임대해서 예배를 드리던 작은 교회들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의 때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예배당 공유'도 거론되고 있다.

앞에 소개한 사례가 전부는 아니다. 극단적인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교회가 통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실적인과제가 적지 않다.

오늘의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통합'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전도의 길이 막히면서 더 이상 교인수가 늘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녹녹치 않은 주변 여건으로 예배당을 임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고령화 되어 가는 교회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선한 뜻에 따라 교회 통합하고 완성하는 것이 현실적 중요한 대안으로 꼽힌다. 물론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통합은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흡수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제도적으로 교회를 통합하는 것은 물리적인 결합이라면, 교인들의 화합하고 협력하여 두 교회가 완전한 하나의 교회를 완성하는 것은 다시 분리되지 않는 화학적 결합이다.

교회는 예수님이 머리이고, 성도들은 몸을 형성하는 지체이다. 이 지체들이 하나의 몸을 이루어야 완전한 교회가 된다. 뒤집어서 이야기 하면 교회의 몸체인 성도들이 화합하고 협력하며 화학적 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완전한 교회가 될 수 없다.

비단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구석구석에서 한 몸을 이루지 못한다면 완전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가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완전체를 이루지 못한 교회의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앞에서 제시한 예에서 확인된 문제는 뭘까? 교인들을 의식하지 않은 위로부터의 무리한 집행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지만, 교인들의 생각과 의식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교인으로서 필요한 훈련을 받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이같은 문제는 비단 한 교회에 국한 하지 않는다. 노회나, 총회, 교회 연합기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있지만 '너'는 없는 것이 한국교회 구석구석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우리는 화합과 협력, 그리고 '통합'의 시대를 피해 갈 수 없는 때를 맞고 있다. 혼자서 살 수 없고, 함께 살아야 할 때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구호에 '거리는 멀리 마음은 가까이'가 있다. 통합의 시대에 우리 교회는 서로를 품어 주는 '마음을 열고 가까이'를 실천해야 할 때이다.

박만서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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