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우연한 만남

[ 목양칼럼 ]

김성렬 목사
2021년 03월 10일(수) 08:47
"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모두 같은 사람이건만 이런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재능, 혹은 노력, 아니면 하늘이 내려 준 운명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나카지마 카오루가 쓴 '단순한 성공법칙'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차이는 오로지 '만남'에 있다고 말이다.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이 바로 내가 내린 최종 결론이다. 그러면서 나카지마 카오루는 만남 중에 네 가지 만남에 신경을 쓰라고 한다. 그것은 '나'와의 만남, '기회'와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꿈'과의 만남이다. 그는 이 네 가지 만남을 잘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단순한 원칙이라고 했다.

필자가 전도사로서 시골교회 담임으로 사역할 때 어느 주일 낮 예배에 낯선 젊은 여자 성도 한 분이 함께했다. 긴 머리 사이로 얼굴을 숙이고 예배시간 내내 우는 모습만 보였다. 예배 후 점심을 드시고 가시라고 아내가 붙잡은 후 함께 식사하면서 이 가정의 아픈 사연을 접하게 됐다.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자신은 건어물 도매상을 하다가 사업의 실패로 점포도 집도 가재도구마저도 경매로 다 날린 상황이었다. 도무지 견딜 수 없어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적당한 곳이 있으면 혼자 죽으려고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그날이 주일이었고, 시골 동네 언덕 위에 교회가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홀연히 교회로 빨려오듯 오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우리 부부는 곧장 장로님께 이런 상황을 말씀을 드렸고, 장로님께서 경작하시던 약초밭에 있던 컨테이너 두 개를 수리하여 우리 집에 있던 전기장판과 난로를 설치하고 그 다음 날 곧바로 이사를 하게 했다. 집에 있던 주방기구와 그릇들을 가지고 올라가니 벌써 장로님 부인인 권사님께서 쌀, 된장, 고추장 등을 가지고 와서 계셨다. 이 집에 당시에 초등학교 다니던 남매는 아무것도 모르고 넓은 들판이 좋다고 노래를 부르며 뛰어 놀았다. 덕분에 시골교회 아동부 인원은 두 명이 늘었고, 귀한 젊은 부부가 등록하며 교회에 활기가 넘치게 되었다.

남자 집사님은 월급날이 되면 차압이 들어와 자신의 급여 중 지극히 작은 일부분만 수령하게 되었는데 그 작은 급여를 받고도 감사하다며 사택에 돼지고기 한 근은 꼭 사다 주셨다. 여자 집사님께서는 이맘 때쯤이면 어디서 캐셨는지 아주 어린 새싹 쑥을 캐오셔서 섬길 수 있는게 이것 뿐이라며 송구해 하셨다. 그 후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쑥이 대지를 뚫고 올라오며 진달래가 피는 이 계절이 되면 그분들이 참 많이 생각난다.

그날 그 집사님께서 언덕위의 교회를 보지 못했다면, 또 그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우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나님은 사소한 일상 속에서 우연처럼 보이는 귀한 만남을 주시고, 그 만남을 통해 인도하시고, 응답해 주신다. 그리고 우리 삶의 구석구석 신비를 놓아두신다. 오늘도 새로운 만남을 주시는 하나님을 기대한다.

김성렬 목사(주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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