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km

1200km

[ 4인4색 ]

장도준 장로
2021년 02월 03일(수) 10:00
무슨 영화 제목 같지만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우리 강원노회 내의 어려운 교회 30여 곳을 방문하면서 다닌 차의 주행기록이다. 먼 길이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다녔다. 그러나 조금은 슬픈 여정이기도 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어려운 교회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세워 주셔서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 느낀 필자의 소감이다. 필자가 맡은 직책 때문에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실 것을 염려해 서기 목사님께 미리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드린 후 긴 여정을 시작했다.

목회 현장에서 힘들게 주의 길을 걸어가는 목회자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어른거려 다녀와서는 이틀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부자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목회 현장이 너무 어렵게 조성되어 있는 농어촌교회와 개척교회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더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을 지낸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는 지금의 겨울 추위가 낭만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오래전에 지은 교회와 사택은 단열이 잘 되지 않아 연료비가 더 들어가고 겨울이 오면 신경써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어 썰렁한 교회, 수도가 얼어터져서 고민하는 모습, 자녀들의 진학문제, 코로나로 인해 더욱 어렵게 다가오는 교회의 어려움 등등.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작은 성의를 표시하고 돌아서면 왜 그리 고마워하시는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모습에 빨리 되돌아오곤 했다.

사람의 혈관 길이가 약 12만km라고 하던데, 필자가 이번에 다닌 여정은 그것의 100분의 1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 두 개의 숫자를 보며 문득 한쪽은 너무 기름져서 혈관이 막혀 터지는 병이 있고, 다른 한쪽은 순환이 되지 않아서 썩어가는 질환이 있다는데 모세관같이 작은 혈관도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왜 주님이 작은 곳에 임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기준이 너무 큰 것, 많은 것에 있지는 않은지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농어촌에서나 도시의 힘든 곳에서 주의 나라를 위하여 애쓰는 우리의 형제자매를 이제는 겸손한 마음으로 더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립대상교회 그리고 혜택을 보지 못하는 차상위 교회들(?)에 더 긍휼의 마음으로 돌아보고 나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려운 곳에서 주의 나라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심방을 하고, 주의 제단에서 무릎 꿇고 주님께 기도하는 우리의 동역자들의 힘든 짐을 같이 나누어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와주십시오!' '손을 잡아 주십시오!' '조금만 더 밀어주십시오!'하는 외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다려서 같이 동행하는 인내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머리로 사랑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음으로 지금 지체하지 말고 바로 사랑해 주십시오!

코로나로 힘든 우리의 연약한 교회를 살펴보는 긍휼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가지길 기도해본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주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추운 겨울이다.



장도준 장로/춘천성광교회, 강원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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