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에서 보는 회복의 길

'오래된 미래'에서 보는 회복의 길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1년 01월 22일(금) 10:00
코로나19로 인해서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는 '현재 다음에 다가오는 때'를 뜻한다.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측을 불허한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로 인해서 완전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통념이 굳어졌다. 그래도 미래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인 미래학(futurology)도 있고, 미래학자들도 있다. 미래에 대한 책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담론 가운데 생태학적인 접근이 있다. 코로나19도 인간의 활동이 초래한 생태학적인 위기현상인 까닭에 주목하게 된다. 스웨덴 출신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1991년에 내놓은 책,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는 1990년 이후 생태학적인 사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노르베리-호지는 언어학자이자 작가이며 사회운동가이다.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서 북인도 라다크를 방문하고 16년 이상 관찰한 것을 책에 담았다. 라다크의 전통, 변화, 미래를 책의 3개 장으로 다루었다. 일부는 자신이 직접 실천한 경험도 담았다.

라다크는 중국 티베트 인도 파키스탄에 둘러싸인 인도 카슈미르에 속한다. 티베트고원에 위치해서 역사문화적으로 티베트 문화권에 속한다. 척박한 환경속에서 오래 동안 자급자족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해 왔다. 사람이나 짐승의 배설물조차 자원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전기나 기계를 사용할 수 없는 까닭에 노동강도가 몹시 높다. 그래도 라다크 사람들은 평안하고 행복했다.

라다크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글로벌 경제 밑바닥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인도가 1970년대 중반부터 관광지로 개방하면서 외부의 영향이 밀려 왔다. 남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수도 '레'로 떠났다. '레'에는 빈민촌이 형성되고, 라다크에 빈부격차가 커졌다. 노르베리-호지와 일부 라다크 사람들이 반개발 캠페인을 펼치면서 1980년에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작은 국제기구도 설립되었다. '오래된 미래'를 통해서 노르베리-호지가 제시한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인간 중심의 삶, 공동체적인 관계에 대한 강조이다. 라다크가 오래전부터 생활을 통해서 보여준 일상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월 18일자 어느 일간지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변화를 톱기사로 다루었다. 업종별로 소상공인 연말연시 매출(2020.12.28 ~ 2021.01.03)이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4% 감소했는데, 이들은 코로나가 끝나도 옛날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감소는 교육분야 43%를 필두로, 음식점업 49%, 여행업 50%, 스포츠 레저 관련 소상공인 68%로 매출감소가 가파랐다. 반면에 온라인 쇼핑은 크게 성장했다. 2020년 1월에 12조 3048억원이던 월간 매출이 11월에는 15조 631억원으로 늘어났다.

소상공인들은 비대면이 일상화되어 코로나가 끝나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을 것을 염려한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다시 발길을 돌리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노르베리-호지의 생태학적 상상력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에 목회 생태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비대면예배를 드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젊은 세대는 비대면 활동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 회복을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코로나19 이후의 전도와 선교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예배를 중심으로 목회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전선에서 마지막까지 지키는 교두보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라는 점에 주목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사회복지도, 선교도, 봉사도, 친교도, 전도도 멈춘 오늘, 한국교회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교회의 여러 활동을 새삼스레 보게 된다. 기독교교육은 예배자의 자녀를 예배자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전도는 예배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예배의 자리로 부르는 일이다. 선교는 예배의 감격을 세상에 증거하는 일이다. 교회내의 봉사는 예배를 잘 드리도록 섬기는 일이고, 친교는 예배자가 장차 누릴 영원한 기쁨을 오늘 여기에서 나누는 일이다. 코로나 이후의 목회 생태계도 예배를 중심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배를 예배답게 드리는 일'과 '예배자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을 디딤돌로 삼아서 한국교회 회복의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 기독교는 예배를 드리는 일을 중심으로 2000년 세월을 버텨왔다. 익숙한 과거에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길을 찾는다.



변창배 목사/총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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