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유장한 문장으로 잘 풀어내

아름답고 유장한 문장으로 잘 풀어내

[ 제19회 기독신춘문예 ] 수필 심사평

은옥진 권사
2021년 01월 15일(금) 10:00
코로나19로 세상이 스산해진 2020년 한 해였다. 어느 하루도 조용하고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 이렇게 귀한 글들을 보내주신 많은 응모자들에게 우선 감사드린다. 또한 숨은 보석들을 발굴해주신 한국기독공보사에 더 큰 고마움을 전한다.

'바람의 악보'는 작품을 읽는 내내 모짜르트 트리오가 글속의 전편에 흐르는 느낌이었다. 악기 셋의 다양한 음색과 역할을 여인 삼대의 삶에 비유한 예리한 시각이 돋보였다. 발톱으로 상징되는 연륜의 무게와 삶의 흔적, 걸어온 인생여정은 각각이어도 정겨운 가족 사랑의 모습이 총체적으로 잘 드러났다. 심사를 끝내면서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

'어미 주꾸미'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글쓴이가 삶의 공간인 도서관과 삶과 죽음이 유보된 채 존재하는 주꾸미의 공간인 수족관을 만나면서 주꾸미와 나, 삶과 죽음, 희망과 좌절 등의 강열한 대비를 아름답고 유장한 문장으로 잘 풀어냈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치밀한 구성으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문학적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용서를 배우다'는 주제를 잘 살리고 문단의 짜임 또한 적절했다. 글을 많이 써 본 분으로 여겨지는 바, 머나 먼 미국에서 보내오신 그 정성을 고맙게 여긴다. 멋진 작가가 되시리라 믿는다.

'벼 타작하던 날'은 글쓴이의 생각과 정감이 좀 더 실증적으로 들어났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꼴찌였다'는 문학적 비중보다 글쓴이의 삶에 대한 열정과 그의 삶 자체를 응원하고 축복해주고 싶은 글이다.

'발자국'은 손자의 평안한 삶을 바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손에 잡힐 듯한 묘사가 있었고 주제와 소재가 나무랄 데 없이 좋았지만 표현문체의 밀도가 아쉬웠다.

'엄마의 등'은 좋은 소재와 정리된 문장. 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응모작품들을 읽는 동안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내내 즐거웠고 또 결정에 고민도 컸다. 미쁘기 한량없는 마음으로 기원한다. '작가의 꿈들을 반드시 이루소서!'라고.





심사위원 은옥진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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