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말발맘 한 눈 팔지 않고 걸어가겠다"

"발말발맘 한 눈 팔지 않고 걸어가겠다"

[ 제19회기독신춘문예 ] 수필 당선소감

조현숙
2021년 01월 15일(금) 10:00
아이들의 시와 산문을 모아 작품집을 만드는 중이었다. 서툴지만 있는 그대로 맑은 글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고 평소 모습이 보여 혼자 싱그레하고 있었는데, 네! 당선 소식을 듣고는 큰소리로 막 웃고 말았다. 참 많이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지난해, 봄을 맞이하고 보내는 내내 구립도서관을 오가며 어느 음식점의 수족관 앞을 무던히도 서성거렸었다. 여덟 개의 발로 제 몸을 칭칭 감은 채 눌러놓은 꽃처럼 유리 벽에 따닥따닥 붙어 있던 주꾸미들이 내 가슴으로 훅, 들어왔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녀석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빤히 쳐다보는 게 내가 아니라 녀석들 같기도 했다. 머리에 가득 새끼들을 담고서 누군가의 살과 뼈가 되기 위해 끓는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그들의 꿈을 대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과 기차를 타고 백일장에 참가하러 갔던 일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완행열차에 마주 앉아 있던 그 시간은 수줍고 어색했지만 어린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었던지. 글쓰기에 따뜻한 힘이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된 것 같다.

훗날, 이 아이들 중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우리말과 글로 만드는 따뜻한 힘을 또 다른 아이들에게 들려주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문학을 향해 떠난 길이 힘들 때마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 미덥지 않아 자주, 오래도록 한눈을 팔곤 했다. 그 길을 어정어정 맴돌면서 힘차게 나가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나에게 잘 가고 있다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님과 한국기독공보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이제 기웃거리지 않고 발맘발맘 착실하게 걸어가겠다.

가벼운 나의 민낯을 잘 알면서도 그 안에 묵직함도 있을 거라고 믿어주고 같이 기뻐해 주는 가족들, 참 고맙다.

나보다 더 먼저 내 마음 아시고 예비하시는 하나님, 당신의 은혜는 또 어떻고요!



수필 당선자 조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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