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모색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모색

NCCK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등 3대 종교 토론회 가져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4월 23일(목) 09:42
"종교계에는 사회적 약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경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경제에 대한 비전을 환기하는 과제가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등 3대 종교가 지난 22일 토론회를 열고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를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며 이를 위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3대 종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진정한 종교성의 회복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취약계층 보호 종교계의 과제

이날 토론회에서 개신교의 관점으로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역할을 조명한 최형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는 "재난의 상황에서 그 위험부담과 고통이 사회적 취약계층에 가중된다"며 "이 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감염병에 취약한 노약자, 감염병이 번지는 상황에서 혹독한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자리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고통이 더해진다"며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일이 종교계의 중요한 과제임을 제시했다.

이어 최 목사는 종교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구조의 개편을 예측하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대응에서 경제위기 대응이 추세를 이루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생명의 소중함, 인간 삶의 안전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며 "재난기본소득은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종교는 경제구조의 개편을 전망하면서 사회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히 종교계는 코로나19 이후 취약한 조건 가운데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들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해고 금지,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시간 보장, 안전보장 등에서 취약한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종교계의 역할 감당을 당부한 최 목사는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의 보장은 시민권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가치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신천지'에 대해서도 단지 잘못된 신앙(이단)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는 그처럼 잘못된 신앙에 빠지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을 주목하고 교회가 짊어진 현실을 직시하며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의 의식을 환기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종교인의 변화된 모습과 역할, 쇄신 시급

한편 가톨릭 입장에서 종교의 역할을 분석한 이주형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코로나 사태는 주일의 절대적 의무를 강조해온 전 세계 그리스도교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변화시킨 중대한 전환점이다"며 "불가피하게도 금번 세계적 감염사태로 교회의 위치가 매우 위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종교의 영역에서 사회적 구조조정이 예측되며, 기성 종교인의 변화된 모습과 역할, 쇄신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종교는 변화될 것이다. 그러나 종교의 본질과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회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나 사회와 무관한 것도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와 인간이 겪는 불의함에 대해 공개적으로 저항하고 세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은 진정한 영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하고, 종교 또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신부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사회적 불의함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무엇보다 종교가 종교 본연의 역할과 위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진정한 종교성의 회복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외에도 이 신부는 종교계에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올바른 사회적 가치 추구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돌봄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 예언자적 소명 충실 △통합적 영성으로서 평화로써 평화를 증거 △성직자들은 이러한 실천에 앞장서 줄 것 등을 제안했다.



#종교계 '정부, 노동계, 시민단체 등과 소통해야'

이외에도 이날 토론자로 나선 타종교 관계자는 "종교계가 지금의 경제위기속에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오늘 토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고통이 종식되는 날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사회적 고통이 있는 곳에 당연히 종교가 있어야 함은 의무이고 책임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타종교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와 다가올 경제적, 정신적인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노동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최선을 다할 때 타개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종교계가 개별적 신앙을 초월해서 사랑의 마음을 모은다면 많은 분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계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발제한 김혜진 집행위원(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은 불안정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소개하며 "종교계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며 "신도들이 이 흐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마음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별히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은 평등하지만, (불안정노동자에게) 고통은 평등하지 않았다"고 분석한 김 집행위원은 종교계가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고통에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말하고, 공적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토론 후에는 참석자의 질의 응답의 시간도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총회 변창배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의 실업 및 고용통계를 분석하며 정부의 제도적인 대책 마련과 이를 위한 종교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변 사무총장은 "현재의 실업통계를 예측하면 올해 겨울까지 200만 명 이상이 실업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고용보험의 보편적인 시행은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이때 종교계는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최 측은 3대 종교가 함께 코로나19 대책을 위한 공동기구를 설치해 추후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힘쓴 다는 방침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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