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의 뿌리 내리기

한국기독교의 뿌리 내리기

[ 주간논단 ]

정행업 목사
2020년 04월 22일(수) 10:00
한국 기독교가 이 땅에 전파된 지 136년을 맞았다. 타종교에 비해 선교역사는 짧지만 한국 기독교는 이 땅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독교는 이 민족에게 밀착되지 못하고 여전히 외래종교로 취급을 받으며 겉돌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떤 변화에도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독교로 이 땅에 토착화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일부이긴 하지만 기독교인들마저도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방황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국 기독교가 한민족의 종교로 안착되는 길은 무엇인가. 여기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 문제는 한국 기독교가 기독교 본래의 모습을 찾는데 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인간구원의 종교임을 이 땅에 구현하는데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가 될 때 자연히 한민족에게 환영을 받고 수용되어 이 땅에 뿌리를 깊이 내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토착화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한국 선교 초기에 기독교가 이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그 수단으로 어려운 한문이 아닌 평민의 글자인 한글을 사용하여 성경을 번역하여 복음전파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었고 복음을 쉽게 받아드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일은 기독교가 이 땅에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의 토착화와 관련해서 생각할 것은 기독교가 한국문화를 적극 활용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종교는 문화의 실체"(폴 틸리히)라고 했다. 문화의 중심에는 종교가 있음을 생각할 때 이 땅에 기독교문화가 꽃피어 명실상부한 기독교가 이 땅에 민족종교로 굳게 서야 한다. 여기서 문화란 말은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한 뜻을 포괄하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인간의 '삶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독교문화라고 할 때는 기독교적 신학과 교리와 신앙의 내용이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출되고 구현화 되며 생활화 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기독교가 이 땅에 토착화 되는 데는 절기와 관혼상제 등이 기독교적이어야 한다. 서구 특히 미국은 처음부터 기독교문화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성탄절, 부활절 그리고 감사절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설(무교), 석가탄일(불교), 추석(유교), 개천절(대종교) 등이 한국인의 절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부활절, 감사절, 성탄절 등은 기독교인만의 절기로 지키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절기들이 전체 한민족이 지키는 절기로 지키는 날이 올 수는 없는지 희망해본다. 관혼상제 등의 예식도 정례화 시켜서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지킬 수 있도록 장려해야 된다. 본교단은 가정의례지침서를 제작하여 예식서에 첨가하여 시행하고 있다.(1984. 제 69회 총회 채택)

그중에 결혼식을 예로 들면 일반 예식장에서 시행하는 식순이나 교회에서 사용하는 예식서에 식순이나 대동소이하다.

다음으로 한국은 다종교사회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상항에서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타종교에 대해서 겸손과 이해함으로 대해야 한다. 다만 다종교사회에 직면해서 기독교가 타종교에 비해서 우수한 종교임을 보여주고 구원의 종교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무교의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기복적 신앙보다도 기독교는 보다 높은 차원의 복을 말해야 한다. 유교의 삼강오륜, 인의예지의 숭고한 윤리도덕의 가르침도 귀한 것들이나 기독교의 차원 높은 사랑의 종교임을 실천해 보여주어야 한다. 불교의 사성제, 팔정도 등 깊은 진리와 철학은 참으로 귀한 진리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고의 문제를 해결하고 해탈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참된 구원과 영생을 주는 종교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종교가 형성하는 형식도 좀 더 구체적이고 항구적인 데 착안해야 한다. 불교는 이 땅에 절을 명소에 건축해서 사찰문화를 이루었다. 유교는 향교나 능 그리고 비석들을 남겨놓았다. 천주교는 중후한 성당을 건축하고 곳곳에 순교자의 흔적을 기념하는 공간이나 기념관이나 조형물을 만들어 순교자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선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용인에 순교자기념관, 양화진에 선교사들의 무덤을 조성했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는 보다 역사적이고 가시적인 공간을 확보하여 신앙인들로 하여금 신앙과 교육적인 순례지를 조성해야 한다. 후세의 기독교인들에게 역사적인 유물이나 교육적인 문서들을 보관하고 남겨줄 만한 박물관이나 조형물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범 교단적이고 나아가 한국 기독교 전체 연합적인 사업으로 이러한 사업들을 성취하여 한국문화 창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정행업 목사/전 대전신대 총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