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 논설위원칼럼 ]

김승호 교수
2020년 04월 13일(월) 00:00
코로나19는 오랜 세월 구축해 놓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순식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사회 각 분야마다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주 1회 마스크 구입을 위한 약국 방문,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은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벌써 두 달간 이 사태가 지속 되면서 체감되는 피로도가 높아졌다. 환자와 환자 가족과 의료진은 물론이고, 모두가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예배당 예배가 온라인예배와 가정예배로 대치되자 교회마다 당혹해함은 물론이거니와 교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목소리 또한 늘고 있다. 이미 교회는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새롭고 낯선, 불편하고 두려운 환경에 접어들었다. '전염병 시대에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앞에는 어떤 과제가 놓여 있을까?

먼저, 예배론의 재정립이다. 전염병 시대에 예배당 예배 고수와 온라인 예배 및 가정예배 대안이 충돌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성경적 신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는 대안 예배의 정당성에 관한 논거가 예배당 예배를 고수하자는 주장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성도들은 예배당이라는 공간 자체를 성도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동일시한다. 성도에게 예배당은 단지 매주 방문하는 주간행사용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개인의 삶이 내장된 어머니의 품이요 공동체의 역사가 담겨 있는 기억의 공간이다. 그러기에 예배론 재정립은 공간 개념에 대한 이해와 함께 풀어야 한다.

둘째, 온라인 환경의 구축이다. 코로나19는 교회의 아날로그 환경을 단숨에 마비시켜 버렸다. 과학기술이 기독교 신앙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생각해 온 이들마저도 향후 온라인 환경의 구축은 교회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필수조건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질문은 '온라인 환경의 구축 여부'에서 '온라인 환경 하에서의 공동체성 확립방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온·오프라인의 유연한 연결성 여부가 선도적인 미래교회의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설교 무한경쟁 시대로의 돌입이다. 전통적으로 지역교회 출석 성도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로 이해되어 온 설교가 이제는 지역교회 단위를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시대로 진입했다. 특히 지난 2개월간의 온라인 예배는 주일설교뿐 아니라 새벽설교까지도 '비교우위의 설교'를 들으려는 성도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이런 설교환경의 변화는 설교내용과 소통능력의 향상을 요구하기에 설교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환경 하에서 다가오는 도전에 대해 설교자는 책임적 응답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교회의 공적 책무성 강화다. 사태 발생 이후에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국교회는 예배당 예배의 잠정적 중지를 시행했다. 그러나 예배당 예배를 강행하다가 확진자가 나온 몇몇 교회들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가 부정적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개신교는 천주교와 불교의 일사분란한 결정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몇몇 문제 되는 교회들에 대한 일반언론의 과도한 반응으로 인해, 사태 초기에 대경 지역 환자들과 의료진을 위한 각 교단 총회와 교회들의 헌신적인 기부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은 가려졌다. 교회의 공적 책무성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언론대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다섯째, 신학자 그룹의 역할 확대다. 그동안 교단을 초월하여 신학 작업의 결과물이 교회에 흡수되지 못하고 신학교 안에서 사장된 측면이 있다. 이번 사태는 신학자 그룹이 이슈에 대한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이를 교단과 교회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특히 교단 총회는 중요한 이슈일수록 신학자들의 형식적 조언이나 특정 성향의 신학자들만 의존할 게 아니라, 신학자 그룹 및 신학자와 목회자 간 충분한 연구와 토론을 장려하고, 그 결과가 총회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제 한국교회가 응답할 차례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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