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코로나19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 논설위원칼럼 ]

유재봉 교수
2020년 03월 31일(화) 00:00
올해 초 중국 우한이라는 지구상의 한 지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점차 전 세계에 퍼져 이제는 이 세상 어디에도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이전의 독감처럼 특정 지역의 일부 사람들에게 감염되고 사라질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태는 점점 심각해져 3월 30일 기준 확진자수가 거의 4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독일, 이란은 2만 명을 넘어 섰으며, 우리나라도 9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의 피해는 수많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 갈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을 위축시킨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는 휴교 중이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고, 회사도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으며, 각종 모임의 취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예배마저 온라인으로 드리거나 가정예배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인은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

먼저, 그리스도인은 코로나 19의 확산이 주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부단히 헤아리고,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구약에서 전염병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우상숭배나 심각한 죄 가운데 있을 때 징계하는 방법으로 흔히 사용되곤 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는 이것이 우상을 섬기는 이방인에 대한 심판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믿지 않은 사람보다 그리스도인과 그들의 삶에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재앙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보다는 의인 10명을 찾지 못해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서 교훈을 찾고, 그러한 급박한 심판 가운데서도 의인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들, 특히 기독교 지도자들은 마땅히 하나님 백성답게 살아야 할 우리가 심각한 죄를 범하고 바로 살지 못해서 이 전염병이 주어진 것은 아닌지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묻고, 이 땅을 고치고 치유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 7:14).

다음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일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그 전염병의 파괴력은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 국가라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이웃뿐만 아니라 교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염병의 확산 방지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는 온갖 말이 난무하며, 그리스 시대의 소피스트처럼, 자신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라 선동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진리여부나 사태의 해결보다는 마치 진리인 것처럼 믿도록 하거나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있다. 우리는 이러한 말에 휘둘리기보다는, 하나님의 일반은총 가운데서 주신 의료 전문가 집단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발표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번 기회에 좀 더 성숙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한동안 세상의 조롱거리 내지 걱정거리가 된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의 윤리적인 삶이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세상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심각한 상황 앞에서, 우리는 애통하며 겸비한 자세로 다음과 같이 했으면 한다. "피난처요 요새이신 하나님, 전염병에서 이 땅을 고쳐주셔서 부활의 참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시 91:2~3).

유재봉 교수/성균관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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