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만큼 존중

가족간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만큼 존중

코로나19로 함께 있는 시간 늘면서 가족갈등 심화
가족 갈등예방 수칙, 감정게시판, '나'언어 소통법 등 제안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3월 27일(금) 15:24
'코로나가 만들어낸 초등학생 방학생활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사진이다.

코로나19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느 가정이 모두 '끈끈한 정'을 나누며 화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맞이한 '어쩌다 가족 집콕'은 잠재된 가족 간 갈등을 수면위로 드러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의 맘커뮤니티에도 '집에만 있으니 자녀들과 자꾸 갈등이 생긴다' '학교에 보낼 수도 없고 이젠 한계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언성이 높아진다'는 등의 호소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아동학대 신고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지난 3월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112로 접수된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3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2건에 비해 증가했다.

최근 '가족 갈등 예방 수칙'을 제안한 사단법인 하이패밀리 김향숙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들이 잠재된 갈등 요인과 결합되면 가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삼시세끼 차려야 하는 밥상,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거나 온 종일 방안에서 뒹구는 아이들, 잔소리하는 엄마, 남아돌아가는 시간, 코로나19염려증, 급감된 수입 등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19 증후군에 해당되는 갈등 요인"이라고 말했다.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하기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으로 몸은 지키지만 가족을 지킬 수는 없다"는 김 대표는 "코로나 19 증후군으로 인한 가족 갈등이 스트레스로 발전해 가족해체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가족갈등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 서로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허용하고 간섭을 자제하면서, 규율을 따르면서 적절한 '가족간 심리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패밀리가 제시한 가족갈등 예방수칙은 △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생각을 바꾸라 △삼시 세끼를 삼시 두끼로 하자 △라이프 플래너(Life Planner)가 되라 △자녀를 가정에 인턴으로 취업 시키라 △가족도서관을 개관하라 △몸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라 △가족 내 인종차별을 철폐하라 △피할 수 없는 갈등! 즐기라 △가족의 힘은 최고의 치료백신이다 △가족에게 감동하고, 감탄하고, 감사하라 등 10가지다.

장신대 이상억 교수(목회상담학)는 "코로나19로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 언어폭력 신체적인 학대와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너'가 아닌 '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를 상대에서 강요하거나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왜'에 대한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특히 배려하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이상억 교수는 가정 내에서 화이트보드로 감정게시판을 만들고 가족간 감정상태를 적어두는 방법을 제안했다. 가족 간에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거리 간격을 조절하는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가족간 시간이 늘어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평소 대화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가정예배 시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나' 언어를 사용하면서 소통하는 대화법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볼 것"을 조언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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