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기독교인은 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 3월특집 ] 선거와교회-4.교회, 민주주의의 학교

정원범 교수
2020년 03월 27일(금) 00:00
1. 신앙과 정치는 상관이 없는 것인가?

'신앙과 정치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왜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하는가?'라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과연 신앙과 정치는 상관이 없는 것일까?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헌법(제20조)도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교분리를 교회의 정치참여를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짐 월리스가 말했듯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삶이 놓여져 있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도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들의 생각이나 삶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어떤 정치적 결정들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든 찬성이든 반대이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한국교회를 보면 보수이든 진보이든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줄곧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왔다. 진보진영의 교회는 군사독재정권에 대해 저항의 형태로 정치에 참여했고, 보수진영의 교회는 정부가 반공과 친미의 입장을 취하게 될 때 그 정부가 삼선개헌을 하든, 인권유린을 하든, 쿠데타로 정권을 잡든 개의치 않고, 그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형태로 정치에 참여해왔으며, 정부가 친북과 반미의 입장을 보이거나 교회의 이권에 간섭하게 될 때 그 정부를 반대하는 형태로 정치에 참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존 하워드 요더의 말대로, 신자로서 우리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 것은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질문은 어느 편에 참여할 것인가, 어느 이슈에 우선권을 둘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던져야 한다.

우리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우리의 삶이 정치에 의해 너무도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 기독교인은 정치, 경제, 사회라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최고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이웃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앙과 정치의 분리는 불가능하다.



2. 탈정치화된 예수님

대부분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정치와 관계가 없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해를 갖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는 인간 실존의 내면적 문제를 다루는 반면, 정치는 외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수님은 주로 개인들과 관계했지 사회제도나 정치제도와는 관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예수님이 정치 현실에 적용이 어렵게 보이는 말씀들을 하셨다고 생각하면서 예수님은 정치와 무관한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예수님은 대부분 시골지역에서 설교하셨고, 그의 가르침은 주로 마음을 변화시키고 하나님을 의지하는데 초점을 두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은 오늘날의 정치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예수님은 정치와 무관한 분이셨을까?

예수님은 정치와 무관한 분이셨을까? 그렇지 않다. 예수님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였다. 우선 예수님이 직면했던 상황은 매우 정치적인 상황으로서 로마인들이 세운 제국적 질서에 맞서서 민중들의 소요사태, 저항시위, 노골적인 반란이 계속되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하셨던 취임사의 말씀(눅 4:18~19)은 예수 사역의 정치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또한 마리아찬가에 있는 "권세있는 자를 내리치시고 비천한 자를 높이셨다"는 말씀이 보여주듯이 메시아의 사역에는 불의한 사회체제를 공격하며 불의한 기존질서를 변화시키는 사회변혁운동으로서의 정치적 성격이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4. 예수님은 대안적 정치체제의 창조자였다

예수님은 대안적 정치체제의 창조자였다. 이 점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사역이 잘 보여준다.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운동은 첫째로 정치, 경제, 사회적 불의와 불의한 지배자들에 대한 비판과 저항운동이었다. 예수님은 사회적 차별을 거부하셨다. 예수님이 선포하셨던 하나님나라의 복음은 누구보다도 먼저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해진 기쁜 소식이었다. 예수님은 두 단계로 사회적 차별과 싸우셨는데 종교지도자들의 독선적인 오만을 드러내어 비판하셨고, 죄인들과 버림받은 자들과 친밀한 교제를 나눔으로써 그들을 비판하셨다. 예수님은 경제적 불의와 탐욕스런 부자들에 대해 비판하셨다. 예수님은 불의한 제도권 권력을 비판하셨다. 예수님은 전쟁과 폭력을 거절하셨다.

둘째로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운동은 로마제국의 억압과 로마의 대리통치자들의 착취로 인해 해체되어가던 마을 공동체를 새롭게 갱신하시는 혁명적인 사회변혁운동이었다. 한스 요아킴 크라우스는 이와같이 말했다. "하나님나라는…다른 혁명들과는 비길 수 없는 유일한 혁명이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제한이 없는, 삶과 세계의 모든 영역에 걸친 변혁과 격변이다." 이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구절이 바로 마리아 찬가(눅 1:51~53)와 예수님의 취임사(눅 4:18~19)의 말씀 곧 희년(노예해방, 부채탕감, 땅의 반환, 땅의 휴식)의 비전이다. 바라기는 이러한 예수님의 희년 정신을 가지고 이 땅 위에 하나님의 자유와 평등,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하나님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가는 정치, 곧 하나님의 정치를 구현하는 한국교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이번 국회의원선거가 그러한 인물들을 세워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원범 교수/대전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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