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시대가 오다

팬데믹의 시대가 오다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0년 03월 21일(토) 10:00
테워드로스 하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COVID-19) 폐렴을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팬데믹(pandemic)은 범유행(汎流行)으로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질병이 발생해서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전 세계의 여러 대륙으로 확산되는 상태를 뜻한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이라고 해도 코로나19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중국이나 한국의 사례에 기초해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유행이 되고 있어서 감염병 6단계 분류에 따라서 최종단계로 선언한 것이다.

WHO는 인간의 감염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이동에 따라서 감염병의 유행단계를 여섯 단계로 구분한다. 첫 단계는 동물에 한정된 감염 단계이다. 2단계는 동물 간 간염을 넘어서 소수의 사람에게 감염된 상태이다. 3단계는 사람들 사이의 감염이 증가하는 상태, 4단계는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감염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유행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 5단계는 감염이 널리 확산되어서 2개 이상의 국가에서 유행하는 단계, 6단계인 팬데믹은 다른 대륙의 국가까지 감염이 발생하는 상태이다.

6단계 구분은 동물 감염으로 시작해서 사람들 사이에 직접 확산이 되고, 새로운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는 단계를 구분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전염성이 없는 암은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여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강력할 때에만 팬데믹을 선언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범유행이 된 대표적인 전염병은 천연두와 결핵이 있었다. 인류가 확인한 첫 번째 유행병은 기원전 430년 아테네에서 퍼진 장티푸스였다. 이 질병으로 아테네 군인과 그리스인의 25% 가량이 죽었다. 그러나 치사율이 높아서 광범위하게 전염이 되지 않았다. 541년부터 750년까지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비잔틴 제국 전역에 퍼진 페스트는 당시 중세 유럽 인구의 절반을 감소시켰다.

14세기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은 유명한 사례이다. 그 외에 매독, 콜레라, 발진티푸스, 홍역, 한센병, 말라리아, 황열병, 바이러스성 출혈열, 인플루엔자 등 각종 감염병 유행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었다. 1918년에서 1919년까지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2500만 명에서 500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사람의 2배 내지 5배나 되는 수이다. 한반도에서도 15만 명 이상 사망해서, 3.1운동의 간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WHO가 팬데믹으로 선언한 사례는 많지 않다. 1968년의 홍콩독감과 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어서 코로나19가 세 번째이다. 후천적면역결핍증후군(AIDS)과 종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에볼라와 같은 바이러스성 출혈열, 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MERS) 등이 범유행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세계적으로 유행하지 않고 국지적인 위협으로 그쳤다.

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했으나 이도 곧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는 깊게 남을 것이다. 질병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당하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겪은 여러 위기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가 4/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한국교회는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공예배의 회복과 코로나19 재해구호에 힘과 지혜를 모으면서, 동시에 코로나19 이후의 담론 형성도 대비해야 한다. 6년 전 세월호사건으로 한국사회는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새롭게 확인했다. 코로나19 이후에 한국교회는 공예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신천지의 반사회성을 넘어서는 합리성과 사회적 신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이동에 기초한 인류의 삶을 돌아보는 영적 성찰도 요청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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