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선교사들에게 미치는 영향

코로나19가 선교사들에게 미치는 영향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03월 09일(월) 10:29
한국의 여권은 세계 121개국을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타국 국민들이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여권 중 하나다. 세계의 곳곳을 제한 없이 출입국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은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국가 및 지역이 106곳으로 늘어났다(3월9일 현재). 이러한 조치 때문에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선교사들은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어도 쉽사리 비행기를 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 언제 선교지로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던 선교사들은 해당국가의 갑작스러운 입국 금지 혹은 제한 조치에 사역지로 돌아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취재 결과 한국에 입국해 선교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선교사 중에는 가족 일부를 현지에 남겨놓은 경우도 있어 때아닌 생이별을 겪고 있다.

선교사들은 현지에서 한국인 기피 현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 선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녀들이 학교에 가면 선교지의 아이들이 어감이 비슷한 '코리아'와 '코로나' 단어를 합쳐 반복해서 말하며 놀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커뮤니케이션한 몽골, 인도,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일본 등의 선교사들은 혹시라도 현지에서 감염되면 한국 국민 전체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바깥 출입을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 이상으로 자제하며 이 세계적 위기상황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회 재정 악화를 이유로 선교비를 중단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 선교사는 "메르스, 사스가 유행했을 때도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재정 중단이나 축소를 경험해 전염병이 생기면 선교사들은 그 병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선교비를 지원하는 교회가 재정지원을 중단할까봐 걱정하곤 한다"며 "교회의 어려움이 생기면 가장 먼저 외부 지출을 줄이는데 그중 선교비 지출 감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후원교회의 담임목사가 새로 부임한 경우 이런 외부적 요인이 생기면 그 우려가 배가 된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국,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 이상의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해외 선교사들에 대한 기도와 관심이 요청된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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