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사업 아닌 구원의 행위"

"봉사는 사업 아닌 구원의 행위"

[ 총회장목회서신 ] 총회 사회봉사주일

김태영 총회장
2020년 02월 24일(월) 13:37
우리는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공교회로서 말씀과 실천의 일치를 추구해 가는 하나님의 공동체 구성원임을 고백합니다. 이 정체성 위에서 우리 교단은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수행해야 할 하나님의 선교적 도구로서의 책임을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신앙이 개인적인 차원으로만 머무는 것을 경계하고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선언적 실천으로서 제63회 총회(1978년) 시, 매해 3월 첫째 주일을 '사회봉사주일'로 제정 결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총회가 '사회봉사주일'을 제정한 물리적 시간은 오늘과 가까우나 세상을 향한 성도와 교회의 사명은 말씀에서 시작하여 교회사의 본류로서 지금까지도 흘러오고 있습니다. 구약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나그네를 돌보고(레 16:29), 억울한 사람들을 보호(민 35:9~20)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포로기, 엄혹한 민족사적 여정 중에도 예언자들을 통해 고아와 과부, 학대받는 계층이 겪는 개별적 아픔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을 강조하셨습니다(사 1:17).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요 1:14)을 통해 시작된 '하나님 나라' 운동 역시 구약의 정신과 잇닿아 있습니다. 율법에 안주하고 있던 백성들을 향한 예수님의 첫 메시지는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회복과 구원이었습니다(눅 4:18). 예수님께서 삶으로 보여주신 섬김과 사랑은 하나님이 행위 하시는 역사적 사건임과 동시에 복음의 '전파와 실천'이 구체적 현장에서 하나로 연결되어야 함을 증언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봉사와 섬김은 이러한 '그리스도 사건'에 터 잡아, '그리스도 중심'의 봉사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실천 속에서 통전적 비전으로 우리에게 제시된 봉사의 정신을 이제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구체화하여 나아갈 때입니다. 교회성장의 도구로 인식했던 봉사를 넘어서야 할 때입니다. 시혜적 관점에서 실행해온 '사회구호적 봉사'에서 이제 세상을 혁신하는 '사회구조적 봉사'를 교회가 이끌어야 합니다. 동시에 오랜 기간 교회가 공헌해 온 '사회사업적 봉사'와 더불어 '사회선교적 봉사'라는 정신적 뿌리를 더욱 깊게 내려가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봉사는 '사업'이 아니라 '구원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교회는 국가가 정책으로 감당하는 봉사 및 복지의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보완자'의 역할과 '비판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교회가 발견해야 하고, 다른 민간 기관이 기피하는 영역은 교회가 마땅한 사명으로 여기고 돌봐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 중 남은 것을 주는 봉사가 아니라, 정부 기관의 수행자로서의 봉사기관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증언과 실천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예언자적 봉사', '성육신적 봉사'를 사회 속에서 보여줄 때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말씀의 가르침 속에서 하나님의 추상같은 봉사의 명령을 받들어 실천하는 모든 교회들 위에 봉사 그 자체의 삶을 사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2019년 12월 1일

김태영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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