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던 어머니

기도하던 어머니

[ 목양칼럼 ]

성선복 목사
2020년 03월 13일(금) 00:00
지금까지 오랜 목회를 하는 동안 수많은 임종을 목격했고 또 많은 장례식을 치렀는데 그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한 성도가 있다. 그 성도는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와서 열심히 기도하시는 분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월세방에서 어렵게 사시는 분이셨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아침 일찍 권사님과 아내와 함께 심방을 갔다. 방문 앞에 신발이 놓여 있어 외출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때 마침 집주인이 보이길래 "이 집에 무슨 일이 없었냐"고 물어 보니 집주인이 말하기를 "어젯밤부터 인기척이 없고, 불이 켜져 있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주인과 함께 방문을 열어 보니 성도가 방바닥에 꿇어 엎드려 잠든 모습으로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니 바닥에는 성경책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눈물과 콧물이 얼룩져 있었다. 성도는 만성천식이란 지병이 있었는데 성경을 읽고 기도하다가 성경책 위에 얼굴을 대고 그대로 숨진 것이었다. 자녀들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

성도에게는 훌륭하게 키운 아들들이 다섯 명이나 있었는데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교회로 찾아왔다. 그리고 말하기를 자녀들 집에 어머님을 편하게 모시려고 여러 번 권고했으나 어머님은 이를 거절하셨고 하나님이 부르실 때가지 새벽기도하면서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시겠다고 하셔서 교회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여 사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어머님을 보살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교회에 강대상을 헌물 하였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인류의 구원은 하나님의 아들을 요구하였고 아들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제자의 삶을 요구 한다"라고 했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를 따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 좁은 길을 가야하며, 고난을 각오해야 한다. 그 성도는 얼마든지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고 그 자녀들 중에는 아직도 불신 자녀들이 있기에 평소에는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와서 눈물 흘리며 기도하셨고, 그 날은 몸이 좋지 않아서 비록 교회에는 나오지 못하셨지만 늘 하시던 습관대로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성경 말씀을 읽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 모습을 자녀들이 마지막으로 보게 된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필자의 눈에 생생하다. 그러한 모습이 불신 자녀들의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기억되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도가 꼭 응답되어 그 자손들이 모두 어머니의 신앙을 이어받고 믿음의 가문을 이루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성선복 목사/죽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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