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끓여 해외 선교사 돕는 주방장 목사

곰탕 끓여 해외 선교사 돕는 주방장 목사

[ 이색목회 ] 포항노회 전종규 목사, 교인들과 선교사 후원하던 중 어려움 해결코자 시작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3월 03일(화) 08:21
"땅끝연합선교회 소머리곰탕은 그 어떤 첨가제도 사용하지 않고, 100% 사골로 옛날 어머니가 가마솥에 끓여낸 깊고 구수한 맛을 내도록 노력합니다."

포항노회 전종규 목사는 곰탕을 생산하는 '목사 주방장'이다. 매주 곰탕에 필요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2개의 큰 가마솥에 26시간 끓인 다음, 6시간 정도 포장 작업을 진행한다. 진공포장 후 냉동 보관까지 최소 3일이 소요되기에 정성은 필수다. 곰탕 생산은 식품공장과 같은 대량 방식이 아니기에 일주일에 대략 130여 개가 포장된다. 대부분의 곰탕은 지역 내 교회와 한 번 구입해 맛본 후 그 맛을 잊지 못한 단골이 택배로 구매한다. 곰탕을 맛보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이고, 곰탕 생산이 한계치에 달하면 예약마저 받지 않는다.

전종규 목사는 "해외 선교를 위해 곰탕을 끓여 몇 번 팔았는데 생각보다 잘 팔렸다. 땅끝연합선교회 이사 중 한 분이 조리 기술을 가지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가게를 오픈하게 됐다. 이제는 찾는 분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며 감사해했다.

전종규 목사는 4년 전 3명의 성도와 함께 '땅끝연합선교회'를 조직했다. 해외 선교사 후원에 재정적인 어려움이 뒤따르자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5월 작은 상가를 임대해 정식으로 가게를 오픈했다. 전 목사는 "아무래도 곰탕 끓이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월급을 받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헌신도 필요하다"며 "특히 지속적인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다"고 전했다.

곰탕 판매로 얻은 수익금은 재료비를 제외하곤 전액 해외 선교사를 돕는 일에 사용한다. '절대 사례를 받지 않는다'에 운영 방침을 두면서 '땅끝연합선교회 소머리곰탕'은 해외 선교를 위한 기쁨이자, 도구가 됐다. 전종규 목사는 "원래 곰탕 사업은 선교사들을 돕고자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교회에서 하는 선교 사역에도 큰 동력이 된다"며 "교회는 선교를 위한 재정적인 부담이 줄었고, 교회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다시 한번 감사했다.

혹여나 곰탕 사업 때문에 목회의 방향과 사역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전 목사는 늘 기도한다. 그는 "곰탕 생산도 좋지만 교회 목회가 제일 중요한 사역이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한다"며 "곰탕은 선교 재정을 마련하고자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안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방장이 된 전 목사의 노력을 보고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전 목사는 "처음에는 목사가 무슨 곰탕을 판매하느냐고 오해하는 분이 계셨다"며 "하지만 지금은 선교사를 돕기 위한 일인 것을 다 아시기 때문에 많은 분이 오히려 도와주신다. 그래서 대부분 지역 교회에 판매된다"고 전했다.

봉계교회가 '포항노회 마을목회 시범교회'로 선정되면서 전 목사는 '목사 주방장'으로 과감한 변화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는 "교회가 포항노회 마을목회 시범교회로 선정됐다. 3년 전부터 마을목회를 교회의 비전과 목회철학으로 삼고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로 세워가고 있다"며 "목회 사역에 용기와 큰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전 목사는 자신과 같은 새로운 사역이 많은 선·후배 동역자들에게 큰 도전이 되고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목회를 찾아야 한다. 남들이 다 하는 일반적인 목회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필요하다"며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인 형태의 교회, 일반적인 목회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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