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4관왕 '기생충',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

오스카 4관왕 '기생충',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2월 14일(금) 14:50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 제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 영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가운데 교회 내부에서는 "교회가 앞장서서 해야 할 예언을 영화가 대신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을 접한 후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는 자신의 SNS에서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소식은 우울한 뉴스들 가운데 오랜만에 시원한 뉴스로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준다"면서 "영화 기생충은 대단히 상징적인 영화로 그 내용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 현상이기에 오스카상을 받은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예언적이다. 빈부의 갈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예언 아닌 예언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몰고 온 이 갈등은 극복되기 어렵고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암시하였고 그 결과는 공존이 아닌 파멸임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영화 말고 누가 이런 예언을 할 수 있겠나? 그나마 이러한 경고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텐데 교회들은 오히려 빈부의 차를 극복하려는 정책에 대해 앞장 서서 좌우를 나누고 이념과 갈등을 부추기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화선교연구원 김지혜 목사(책임연구원)도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영화 자체가 영화적으로 탁월하기도 하지만, 소통의 측면에서 세계의 수많은 관객들과 보편적 공감대를 매우 성공적으로 이룬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 양극화와 계층에 대한 논의를 반지하와 계단 등 매우 한국적인 상황 안에서 펼친 것이 공감대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목사는 "미국과 백인 중심이었던 아카데미가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투표 집단을 다양화하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생충'을 선택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국의 상황을 통해 전 세계가 지지하고 공감한 것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교회에 전하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김 목사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계층 간의 차별 문제에 대해 교회가 어떤 관심을 기울일 것인지, 이러한 양극화 시대에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복음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교회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어떤 문화적, 구조적 노력들을 기울일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극 사실주의로 현재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은 교회가 외면했던 문제들"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민형 교수(연세대 실천신학)는 "이 영화를 통해 교회가 양극화와 관련된 모든 사회적 논의들을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한다"면서 "영화에서 느끼는 현실을 공공신학을 보는 관점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기독교는 개인의 구원과 번영, 개인의 축복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본질을 잃어버렸다"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 성공을 거둔 '박 사장네'는 하나님께서 주신 개인적 '축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나 예수님의 메시지는 공동체 사랑 공존 공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영화 '조커'를 언급하면서 "영화 조커와 기생충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인 양극화 문제는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며,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구세주 등장으로 파멸될 것"이라면서 "영화 기생충은 '조커'처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소외된 이웃이 비극적인 결말을 맺기 바로 직전인 상황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들이 우발적이고 응집되어서 폭발하기 전에 교회가 어떤 방법으로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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