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난 아들처럼

마침내 만난 아들처럼

[ 목양칼럼 ]

강윤호 목사
2020년 02월 14일(금) 00:00
4년 전 교회에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교우 가정 전체를 일년 간 심방하는 것이었다. 심방을 하면서 구구절절 교우 가정 가운데 있었던 복음의 이야기와 그들의 일상에 임하신 하나님 나라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소망 가운데 기도하게 하시는 기도의 제목을 듣고 나눌 수 있었다.

하루는 70대 중반의 권사님 가정을 심방한 일이 있는데, 두 내외분은 5살 된 아들을 집 앞에서 잃어버린 후 지금까지 그 아들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기도와 다시 만나는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하나님 앞에 부르짖으며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전쟁 통에 헤어진 것도 아니었고, 해외 거주로 인해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서 5살 난 아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권사님 내외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는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부임한 첫 해부터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고, 권사님 가까이 있는 교우들은 그동안 권사님의 마음을 위로하며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아달라고 마음 모아 소망 가운데 기도했다.

얼마 전 권사님 가정에 기나긴 기다림 끝에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감격스러운 만남이 일어났다. 49년 만의 친아들과의 만남이었다! 어느 날 아침, 권사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이번엔 틀림없다고. 경찰서로 가는 길이고 TV 기자들도 취재를 나왔다고. 조금 있다가 교회로 가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주시겠다며 기도를 부탁하셨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9년 만에 잃어버린 아들을 만난다니.

그동안 그토록 바랐던 일이 영화처럼 일어난 것이다. 진짜 아들을 만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아들이 같은 서초구 안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에서 말이다.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그 중의 한 가지는 '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일까?'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동네 젊은 여자가 유괴하여 헤어지게 된 것이었고,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큰 이유는 아들이 찾지 않아서였다! 이런 저런 일을 겪은 후에 아들은 양부모를 만나 성장하게 되었는데, 친부모가 버렸다고 생각했기에 찾지 않았다고 한다. 친부모는 전단지를 돌리고 DNA를 입력해 놓고 행여나 찾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았지만, 그동안 아들이 찾으려 움직이질 않았으니 아무리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누가복음 15장의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버지의 마음을 기록한 말씀이 떠올랐다. '아직도 거리가 먼데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지금도 복음전하는 일을 쉬지 않고 사명으로 감당하는 전도대의 수고도 스치고 지나갔다. 기다리시는 하나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를 기다리시는 예수님 앞에 믿음으로 반응하는 아들의 명분을 얻는 이들이 많아지길 소원해 본다.

강윤호 목사/반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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