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는 청년에게 희년을

빚내는 청년에게 희년을

[ 현장칼럼 ]

김덕영 사무처장
2020년 01월 15일(수) 00:00
그녀의 꿈은 선교사였다. 대학생시절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고 자비량선교사로 6개월 간 중국에서 선교사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냉혹한 부채현실 앞에 선교사의 꿈은 눈물을 흘리며 접어야 했다. 부모님께 기댈 수 있는 처지도 아닌지라 당장에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급히 쓰고 잘 갚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대부업체에 전화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빌릴 당시의 채권인 미즈사랑 39% 금리의 400만 원 빚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체증처럼 오래도록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학원에서 강사로 소득활동을 이어갔지만 높은 금리의 부채를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고금리 부채가 더 무서운 것은 빚이 사람의 자존감을 야금야금 좀 먹어 간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고금리 부채의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내가 다시 선교사의 꿈을 꿀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녀의 삶과 정체성까지 뒤 흔들었다.

혼자만 끙끙 앓고 있던 그녀에게 한 홍보글이 눈에 들어왔다.

'빚 때문에 죽지 마세요.'

고통스럽게 자신을 조여 오는 상황을 누구에게도 나누지 못하고 있었는데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그녀는 부채상담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부채문제로 주눅 들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지나치게 위축된 마음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해결책을 알아 볼 여지도 빼앗아 갔다. 희년은행을 통해서 고금리 부채 중 200만원은 탕감되었으며 나머지 200만원은 무이자 전환대출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지난 자신의 모습처럼 여전히 고립되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는 또 다른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부채문제는 과연 개인이 실패해서 개인만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가.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이 책임지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지금의 취업난, 고금리 대출영업, 가계 부채, 주거난 등의 외부 환경, 적어도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 그녀는 용기를 내어 청년들의 부채문제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움직이도록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위축되고 고립되어 있던 청년이 자신의 부채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이웃 청년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그녀는 마침내 무이자 은행인 희년은행 설립에도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희년은행은 고금리 부채로 시달리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2016년 설립되었다. 그녀는 발족식에 자신의 사례를 고백하며 지금도 고통 속에 홀로 고립되어 울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다시금 선교사의 꿈을 꾸고 싶다고 고백하는 그녀는, 자신의 아픈 기억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으나 상처입은 치유자로서 다른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희년은행은 재무상담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부채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고금리를 무이자로 전환하는 대안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 무이자로 전환한 대출을 모두 갚았다. 마지막 상환금을 보내고 나서 그녀가 희년은행에 감사의 문자를 보내왔다. "감사합니다. 방금 전 남은 상환금을 희년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제가 이번 달 결혼을 하는데 그전까지 상환을 다하고자 했던 작은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네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 희년은행을 알게 되어 잘못된 부채의 악순환을 끊고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었습니다. 동행해주신 희년은행과 여러 간사님들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1호 수혜자이자 조합원으로 계속 참여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녀의 밝은 미소가 희년의 증거로 다가온다. 이 땅의 빚내는 청년에게 희년을 선물하고픈 희년은행의 도전은 계속된다.

김덕영/ 희년함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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