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불길이 지나가야 싹트는 씨앗

뜨거운 불길이 지나가야 싹트는 씨앗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0년 01월 11일(토) 10:00
호주에 대규모 산불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산불이 해를 넘겼다. 인명과 재산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벌써 화재 사망자가 24명이나 되고, NSW주에서 최소 381가구, 빅토리아 주에서 43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퀸즐랜드주, 남부호주, 서부호주 등 호주 전역에서 산불이 계속되어 1200가구 이상이 전소했다.

NSW주 산불의 연기가 2,000km나 떨어진 뉴질랜드 남섬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고, 인공위성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일본의 기상위성 히마와리 8호의 실시간 영상에서 시드니 인근에서 발생한 연기가 뉴질랜드까지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다급해진 호주 정부는 NSW주와 빅토리아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NSW주 산불방재청(RFS)은 NSW주에서만 150건의 산불이 타고 있고, 그 중 64건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아주가 산불로 재난을 선포한 것은 173명의 사망자와 500명의 부상자를 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NSW주와 퀸즐랜드주에서는 600여 개의 학교가 임시로 휴교했다.

1월 5일에는 주민대피령을 내려서 수 만 명이 집을 떠났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당분간 산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말에 예비군 3000명을 동원해서 의용소방대원을 지원하게 했다. 화재 구호를 위해서 군용기 임대비용 113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NSW주의 말라쿠타 지역 주민들은 산불로 육로가 막히자 배를 타고 바닷길로 피난을 떠났다. 탈출하기 위해서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말라쿠타 주민들과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올라앉은 소년의 사진이 신문지상을 장식해서 호주 국민들을 울렸다.

산불의 원인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과 계속되는 고온의 탓이다.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연말연시에 캔버라는 43도, 시드니 일부 지역은 48.9도를 기록했다. 빅토리아주의 스완힐도 44도를 기록했다. 시드니 하늘은 온통 검붉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기상학자들은 인도양의 '다이폴'(Dipole, IOD) 현상이 호주 폭염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다이폴은 초여름과 늦가을에 인도양 동부 수온이 낮아지고, 서부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강한 남동 무역풍이 불면서 동쪽의 뜨거운 바닷물이 서쪽으로 밀려가서 그 자리에 심해의 찬물이 솟으면서 동서 수온이 차이가 나게 된다. 다이폴 현상이 일어나면 인도양 서쪽 동아프리카는 수온 상승으로 증발이 왕성해져 강수량이 증가하고, 인도양 동쪽 인도네시아는 증발이 억제돼 강수량이 감소한다. 호주도 강수량 부족으로 건조해지면서 산불에 취약하게 된다.

호주 산불로 호주의 동식물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산불에 취약한 유카립투스 숲의 코알라의 서식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번 대형 산불로 캥거루 코알라 등 4억 8천 만 마리 이상의 포유류 조류, 파충류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뱅크시아(Baksia)는 산불을 견디는 특이한 식생을 갖고 있다. 호주가 원산인 뱅크시아는 프로테아과에 속한 원예식물이다. 땅에 깔릴 만큼 납작하게 자라는데 큰 것은 30m가 넘게 자라기도 한다. 뱅크시아의 꽃은 동물들에게 풍부한 꿀을 제공한다.

뱅크시아 중에는 산불이 지나야 싹이 트는 특이한 종류가 있다. 여러 해 동안 씨앗을 품고 있던 딱딱한 껍질이 산불의 열기로 터지면서 씨앗이 땅에 흩어진다. 어린 뱅크시아는 재로 덮인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난다. 큰 나무들이 사라진 숲에서 뱅크시아는 살아남은 동물과 곤충에게 꿀을 공급한다. 주기적으로 산불이 되풀이되는 호주의 자연재해를 이기는 식물의 지혜인 셈이다.

한국교회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뱅크시아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뱅크시아가 두꺼운 껍질로 씨앗을 감싸듯 생명의 씨앗을 최선을 다해서 보호해야 한다. 복음의 끈질긴 생명력을 믿고 세대를 넘어서 복음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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