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여성서사 콘텐츠 관심 업, 교회도 긴장해야

대중문화계 여성서사 콘텐츠 관심 업, 교회도 긴장해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1월 05일(일) 23:18
지난 2019년 대중문화계 전반을 휩쓴 여성 서사 중심의 콘텐츠가 올해도 그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지혜 목사는 "여성 감독과 배우, 예능인, 작가 등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의 활동이 올해 더 활발해 질 것"이라면서 "여성 중심의 서사가 하나의 커다란 시대적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여성 서사에 눈을 뜬 시청자들이 앞으로 콘텐츠에 더욱 관심을 갖고 호응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난해는 이제까지 빛을 보지 못했던 창작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좀 더 본격적으로 여성 중심의 서사 콘텐츠가 두각을 나타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해 여성감독이 연출하고 여성이 중심이 된 영화가 다양하게 관객들을 만났다. 30대 여성이 겪어온 차별과 억압, 소외에 대한 문제를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부터 중학교 2학년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부장적인 폭력을 그린 독립영화 '벌새'등이 화제를 모으며 여러 논쟁과 담론을 내놓았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개성 넘치는 세 여성의 활약을 그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독보적인 여성 서사로 주목받았으며, 싱글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백꽃 필무렵'을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남겼다.

대중문화계가 여성서사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우리 사회는 극심한 변화의 파도를 타고 있으며 소통과 협업이 중시되는 사회로 접어들었다"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그에 따른 역할 수행으로서의 가정을 이상적 모형으로 그리는 방식으로는 이런 시대적 요청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 목사는 "여성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 남성에 대한 지위와 권리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며 공생하는 문화로, 가족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로 공동체성을 넓혀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당회와 총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요한 안건은 남성위주로 결정되고 판단된다. 본 교단은 지난 2017년 102회 총회에서 각 노회마다 의무적으로 여성 1명을 파송하기로 결의했음에도 지난 104회 총회에서 1500명 총대 중 여성은 26명에 그쳤다. 교회의 젊은 여성들은 교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적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여성 지도자와 여성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문화선교연구원 김지혜 목사와 두명의 여성 신학생들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주제로 담론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신학생은 "교회는 여전히 여성이 가장이 아니기 때문에 사역자 사례도 남성과 차별을 두고, 발전적인 사고를 하는 남자 신학생들도 막상 연애나 결혼 같은 문제 앞에서는 '사모감'이나 '참한' 친구를 부인으로 두고 싶다며 여성의 희생적 사랑, 내조를 더 원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성현 목사는 "무엇보다 주요 의사결정에 여성들과 다른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교회 내에서 이런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공론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에서 비민주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를 느낀다면 여성은 더이상 교회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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