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믿음이다

기다림은 믿음이다

[ 목양칼럼 ]

정지욱 목사
2020년 01월 10일(금) 00:00
하나님은 왜 우리들의 기도에 대해서 속히 응답해 주시지 않는 것일까?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이상하고 궁금한 점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게 될 때 초조함과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예레미야 48장 11절에서 예레이먀 선지자는 '기다림을 찌꺼기를 가라앉혀 제거하는 시간'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압은 젊은 시절부터 평안하고 포로도 되지 아니하였으므로 마치 술의 그 찌끼 위에 있고 이 그릇에서 저 그릇으로 옮기지 않음 같아서 그 맛이 남아 있고 냄새가 변하지 아니하였도다" 라고 말씀하신다. 포도를 처음 짜면 탁하고 걸쭉한 찌꺼기가 남게 된다. 가만히 놔두면 찌꺼기와 앙금은 가라앉게 되고, 이때 포도액을 다른 그릇으로 옮겨 담고 찌꺼기는 버린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포도액은 순수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압을 포도즙에 비유하고 있다. 모압은 평안하고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찌꺼기가 남아 있는 포도주 같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고난과 기다림을 통해서 찌꺼기가 가라앉게 되었고 찌꺼기를 제거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에 이스라엘은 더욱 순수하고 깨끗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기 위함이다. 한 마디로 기다림은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하나님 앞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주었을 때는 기다리면서 찌꺼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그런데 참지 못해서 움직여 버리면 부유물이 다시 뜨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찌꺼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반드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기다림은 깨끗함을 위한 시간이다.

목회자 또한 장애를 만나게 되면 초조해하면서 어떻게든 피하거나 돌파하려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하나님이 기다리게 하심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혜이다. 기다려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아는 지혜이다. 기다려야 할 때 움직인다면, 움직여야 할 때 기다린다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울은 아시아로 가려고 했을 때 성령께서 막으셨고 그는 기다렸다. 그리고 마게도냐인의 환상을 보고 움직였다. 막히는 것도 인도하심이다. 만사형통이 항상 축복은 아니다. 이 사실을 분명히 고백해야 한다. 우리는 축복과 형통이 인도하심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지 않으신다. 주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고난도 인도하심이고, 문제도 은혜이며 고통도 하나님의 손길이다. 이 사실을 확신하고 앎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것이 귀한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막히면 기다리며 기도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길이 열리면 순종의 걸음으로 달려갔으면 좋겠다. 두 걸음 전진을 위한 한 걸음의 후퇴를 허락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믿음의 경주를 해야 하겠다. 이것이 진정한 크리스찬의 삶일 것이다.

정지욱 목사/모슬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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