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교체

선수 교체

[ 주간논단 ]

정우 목사
2020년 01월 08일(수) 10:00
며칠 전 이성희 전 총회장으로부터 '홈런'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만능 스포츠맨이면서 특별히 야구를 좋아하셔서 야구에 대한 책을 내셨다. 책을 주시면서 이런 말을 하셨다. "야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구기 종목이 아닐까요? 내가 여러 운동 경기를 보면서 야구만큼 신앙적인 경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야구 경기에만 구원과 희생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구원 투수, 희생 번트 등 이런 것들을 두고 말씀하신 것 같다. 책을 재미있게 쓰셨기에 운동 경기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필자의 아내도 탐독했다. 그래서 이제는 구장에도 함께 가자고 할 것 같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은 선수를 교체하기도 한다. 물론 선수 교체는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감독은 경기의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수를 교체한다. 선수 교체는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효과가 없다. 그래서 명감독은 선수 교체를 적시에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성경 민수기 27장에 보면 우리의 명감독이신 하나님께서 특별한 때 선수를 교체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님은 민족의 지도자로 모세 대신 여호수아로 교체하셨다. 이제 요단강만 건너면 약속의 땅이다. 그런데 요단강 바로 옆 모압 평지에서 선수를 바꾼 것이다. 교체 이유는 과거 므리바에서 모세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세는 하나님께 간청했다. '나를 건너가게 하사 요단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땅을 보게 하소서.' 그러나 하나님은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고 일축해 버리셨다.

모세가 어떤 사람인가? 출애굽의 주역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금송아지를 섬길 때이다. 하나님은 그들을 진멸하겠다고 하셨다. 그러자 모세는 하나님께 그들의 죄를 사해달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내 이름을 주의 생명책에서 지워주옵소서'라고 했던 사람이다. 또한 모세보다 온유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여기까지 인도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를 교체하셨다. 모세는 그 후 이 문제에 대해 하나님께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주장할 수도, 간청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모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하나님은 그를 비스가산 꼭대기로 인도하여 약속의 땅을 바라보게만 하시고 들어가게는 아니하셨다.

축구의 경우, 선수 교체는 대개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많이 이루어진다. 새해가 되었다. 혹시 선수 교체가 되지 않고 금년에도 계속해서 교회에서 뛸 수 있게 되었는가? 그것은 감독 되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이다. 모세를 교체하셨던 그 잣대로 우리에게 행하셨다면 어쩌면 아무도 계속해서 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주의 몸 된 교회를 섬기게 되었다면 이제 그의 은혜에 감사하여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우리 한국교회에는 위대한 종들이 많다. 며칠 전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 전주 지역에서 의료 선교사로 36년 동안 활동하셨던 설대위( David John Seel, 1925~2004년)목사님에 대한 일화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6.25전쟁으로 폐허로 되었던 1954년 미국 남장로교 의료선교사로 내한하여 전쟁고아와 버림받은 사람들, 가난한 암환자, 피폐한 농촌 오지의 환자들을 찾아 다녔고, 전주 예수병원장까지 역임하셨다. 그는 은퇴하여 199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후에도 예수병원을 위해 고가의 암 치료 장비인 고에너지 선형가속기를 모금 기증하기도 했다. 말년에 치매가 왔다. 미국 병원에 입원했다.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그는 두 가지 언어를 사용했었다. 미국인이기에 영어를 했고, 한국 선교사였기에 한국말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는 모국어도 잊어버렸는데 한국말은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치매가 오면 아무리 여러 나라 말을 배웠다 할지라도 후에 배운 언어들은 다 잊어버리고 오직 모국어만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정반대였다. 그래서 미국 의사들이 소통의 문제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얼마나 한국 사람들을 사랑했으면, 얼마나 한국 선교에 충성했으면 모국어는 잊어버렸으되 한국말은 잊지 않으셨을까?

새해가 밝았다. 금년도 주님의 몸 된 교회 그라운드에서 뛰게 되었다면 설대위 선교사님 같은 심정으로 충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우 목사/미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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