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핑 파워'(mapping power)를 키워야 한다

'매핑 파워'(mapping power)를 키워야 한다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9년 12월 27일(금) 10:00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에 제작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한국의 고지도를 집대성한 최고의 옛 지도이다. 근대적인 측량으로 지도를 제작하기 전에 제작한 한반도 지도 중에서 가장 정확한 지도이다. 멸실된 것으로 여겼던 목판 중에서 11매가 1995년에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되어, 2008년에 대한민국 보물 제1581호로 지정되었다. 그 외에도 함경도 함흥지방에 해당하는 판목이 숭실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대동여지도는 부록 격인 지도유설, 도성도, 경조오부도 등을 합해서 126개 목판으로 제작되어 있다. 전체 면수가 227면으로, 가로로 19판, 세로로 22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원의 국토지리정보원 내의 지도박물관에 대동여지도 전도를 바닥에 전시하고 있는데, 미터법으로는 가로 360㎝, 세로 685㎝나 된다. 지도에는 10리마다 거리를 표시를 해서 실사용에 편리를 도모했고, 여러 지방의 다양한 정보를 삽입하여 조선의 생활상도 기록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외에 청구도, 수선전도, 지구전후도, 대동지지, 동여편고 등 많은 지도와 지리지를 편찬 발간했다. 김정호는 자신이 편찬한 지도 외에 각종 지도와 지리지를 참고해서 대동여지도 목판을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목판에는 추후에 수정한 흔적도 남아 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백두산을 여덟 번을 올라갔고 한반도를 세 번 돌면서 실측을 했다고 최남선이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자료를 찾고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깊이 고찰한 것은 분명하다. 대동여지도는 일본이 러·일전쟁에 활용하면서 그 정확도가 널리 알려졌다.

김정호는 추사 김정희와도 교분이 있었고, 실학자들과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 최한기가 김정호의 지도제작에 대해서 기록했으나, 실제 지도 제작과정은 확인하기 어렵다. 김정호는 흥선대원군 시대에 대동여지도 제작과 관련해서 옥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호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도 여러 편 제작되었다. 1983년에 MBC에서 '한국인의 재발견-고산자 김정호' 드라마를 방영했다. 1995년에는 3.1절 특집으로 KBS가 '땅울림'을 방영했고, 2016년에는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사극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 정확한 지도 제작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지형과 지리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현대사회를 운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사회가 되었다. 기후, 생산물, 교역, 교통, 통신, 지하매설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게 되었다.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지도도 새상 이해에 도움이 된다. 남북을 바꾸어 남극을 위에 두고 그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실제로 몽골에서는 남북을 바꾸어 그린 지도가 꽤 넓게 사용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인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매핑 파워'(mapping power)도 중요하다. 남이 그린 지도 위에서 세상을 이해하기보다 독자적인 지도를 만들 능력을 가지면 주도권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정세를 보면 우리 민족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여겨진다.

한국교회의 앞날을 위해서도 새로운 지도가 필요하다. 21세기에 중반을 향해 나아가면서 20세기 고도성장시대를 마감하고, 교세 감소시대가 도래한 것이 명백해졌다. 한국교회가 부흥을 향한 열망으로 시대를 선도하려면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새 시대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야 한다. 제104회기에 우리 총회가 만들려는 (가칭)'2030 정책문서'는 한국교회를 이끌기 위한 '매핑 파워'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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