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믿음의 절개를 지키자

우리 모두 믿음의 절개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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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환 교수
2019년 12월 25일(수) 10:00
'사랑의 원자탄'이라 불리는 손양원 목사가 일제 강압기에 신사참배 반대로 5년 간 옥고를 치르는 중 본인이 시무하던 애양원 교회 교인들에게 보낸 옥중 편지 가운데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거친 파도는 지혜있는 사공을 만들고, 한설(寒雪)이 있기에 송죽지절(松竹之節)을 알 수 있다.'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니 어떤 역경이나 고난이 있더라도 꿋꿋한 소나무와 곧은 대나무같이 변함없는 믿음의 절개를 지키도록 권면한 내용의 서신이다.

솔로몬의 부귀와 지혜보다 욥의 고난과 인내를 더 고귀하게 여겼던 손양원 목사의 삶은 바로 이 '송죽지절'의 정신이었다. 그는 신사참배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옥고를 치르고, 한센병 환자를 돌보며,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자를 양아들로 삼고, 공산군의 총탄에 맞고 순교하기까지 하나님을 사랑한 손양원 목사의 삶은 '송죽지절'을 실천한 분이다.

소나무는 흔히 군자나 선비를 상징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나무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거나 덥거나 푸른 잎을 유지하며 언제나 변치 않는 절개를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의 푸른 기상은 엄동설한이 되어야 알듯이 지사(志士)의 높은 뜻은 나라가 어려울 때에 알게 된다.

대나무는 어떤 경우든 비뚤게 자라지 않는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무조건 곧게 솟아오른다. 휘지도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절개의 상징이다. 대나무가 속이 비어 있는데, 이 또한 군자의 상징인 청빈이다. 속이 빈 대나무는 재물을 탐내지 않는 선비의 정신이다.

세상의 군자나 선비 조차 불의를 좇아 세속의 공명이나 탐욕을 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영생을 꿈꾸며 주님을 닮고자 하는 우리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신앙을 좇아 사는 가운데 겪는 고난과 역경을 피하고자 해서 되겠는가. 세속과 타협하며 불의 가운데 부귀영화를 꿈꾸는 솔로몬의 삶보다 고난과 역경이 따를지언정 청빈 가운데 의롭게 살고자 하는 욥의 삶을 닮는 송죽지절의 정신이 참된 크리스천의 자세가 아닐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른 기상은 겨울이 되어야 안다는 뜻의 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처럼, 군자는 곤궁과 환난에 처해서도 지조나 절개를 지키는데, 우리 믿음의 형제자매들도 송죽지절의 정신을 새기며 더더욱 신앙의 절개를 지켜야 할 것이다.

송죽지절(松竹之節), 즉 소나무와 대나무의 절개를 칭송하는 시(詩) 한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밭의 대나무들은 서 있는 모양이 가지런하고,

솔밭의 소나무들은 상서로운 기운이 서렸구나.

굽히지 않고 항상 푸르름에 낫고 모자람이 없으니,

누구의 절개가 더 고상한지 생각이 미혹하다.

이처럼 송죽지절은 사계절 변하지 않는 소나무나 곧은 줄기의 대나무처럼 굳게 변하지 않는 지조나 절개를 의미하듯이 손양원 목사는 송죽지절을 믿음의 절개로 보았다.

우리 성도들도 이 세상 살면서 너무 세속에 얽매이지 말고 굳은 믿음의 절개로 청빈의 여유를 갖고 신의를 지킨다면, "주님께서 보살피시니 그의 유산은 대대손손 영원하리라. 환란 중에도 곤경을 당하지 않으며 기근 중에도 굶주리지 아니하리라"한 다윗의 시(詩)처럼 믿음의 절개를 지키는 우리 모두를 보살피리라.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손양원 목사의 옥중 서신 가운데, 믿음의 절개를 권면하는, '한설이 있기에 송죽지절을 알 수 있다.'는 명언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이규환 교수/전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및 정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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