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한다는 것은 은혜다

목회를 한다는 것은 은혜다

[ 목양칼럼 ]

김철웅 목사
2019년 12월 27일(금) 00:00
담임목회 4년 말기에 들어서며 지난 날을 돌아보니 설교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돌아서면 설교였다. 그래서 목사에겐 삶이 설교준비고 매일매일의 순간이 설교와 연결된다. 설교자로서 매주 설교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성도들은 설교 전체의 기승전결 서론 본론 결론 보다는 설교 중 어느 한 부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어느 한 부분이 좋으면 그 설교 전체가 좋아 보이고, 어느 한 부분에 마음이 걸려 기분이 상하면 그 날 설교 전체가 마음에 안 든다.

오랜 전에 한 번은 주일날 설교하면서 '군발이'라는 표현을 쓴 때가 있다. 당장에 그날 예배 마치고 나가며 서로 인사할 때에 어느 한 퇴역 군인출신 성도가 필자에게 무척 예의를 갖추어 정중히 부탁했다. "목사님! 앞으로 그런 표현 쓰지 말고 병사라는 좋은 용어를 써주세요" 평생 군인으로 살아오신 그 성도님에게 '군발이'라는 표현은 그 분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였던 셈이다. 그 분께 정중히 사과하고 그 뒤부터 그런 용어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설교 준비할 때 단어와 용어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

담임목회를 하면서 체험하는 교회의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첫째, 교회는 '말(talk & gossip)'이 많은 곳이다. 물론 교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어느 교회든 일단 정말 말이 많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고 (요 1: 1)" "그 말씀으로 천지가 창조되었기 때문에 (창 1:1)"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교회 안에는 '말'이 많다. 그런데 교회가 은혜 가운데 있을 때에는 비록 말은 많지만 그 말이 '말썽'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회 안에 은혜가 없을 때에는 말이 많은 만큼 말썽은 더 많다. 그야말로, 말하는 것마다 말썽이 된다. 심지어 은혜의 말을 해도 말썽이 되어 버린다. 둘째, 교회는 '일(issue)'이 많이 터진다. 그런데 여기에도 은혜가 있는 교회와 은혜가 없는 교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은혜 안에 있는 교회는 물론 '일'은 터지지만 그것이 '사고(accident)'로 번지지 않는다. 그러나 은혜 없는 교회는 터지는 '일'마다 무조건 '사고'로 이어진다. 목사는 일주일 중에 설교를 여러 번 하니 당연히 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원치 않게 말실수도 할 때 있고, 말 실수가 아니었는데 그 말을 오해해 말썽이 될 때도 있다. 교회 일도 마찬가지다. 성도들 사이에는 평상시에는 좋다가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의견충돌로 인해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은 많았으나 '말썽'으로 번지지 않았고 '일'도 있었으나 '사고'가 되지 않았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드릴 은혜일 뿐이다. 그래서 목회는 은혜다. 목회는 은혜로 되는 거룩한 일이다.

김철웅 목사/군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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