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이 어디로 갔는가?

십계명이 어디로 갔는가?

[ 주간논단 ]

김충렬 목사
2019년 12월 25일(수) 10:00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와 교회학교 안에서 설교나 교육 등을 통해 십계명을 가르쳐왔는데, 80년대 경제발전이 시작되면서 그 십계명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황금만능주의, 쾌락주의, 과학지상주의, 문화지상주의 등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그리고 교회 안에서 시행되는 화려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 속에서 십계명은 그 본연의 가치와 매력을 상실해버렸다. 그 결과 십계명은 요즘의 강단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가 되었고 교인들이나 교회학교 교사들의 의식 속에서도 별로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옛날 사람들의 삶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복음 안에서 신자에게 주어지는 자유를 오해하는 교인들은 십계명을 율법주의의 잔재 정도로 여긴다. 반면 율법주의에 빠진 교인들에게는 십계명은 예수님 앞에 나왔다 실망하여 돌아간 한 부자 청년이 그랬듯이 단순한 외적 규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한 교회 내 십계명의 부재는 오늘날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하고 살아가는 값싼 은혜의 종교, 윤리 실종의 기독교를 만드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점점 십계명을 원색적으로 범하는 악하고 음란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우리 한국교회는 세상의 거짓이나 권력자들의 불의 등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영원한 삶의 기준인 십계명을 다시 찾아와야 할 것이다. 모두 우리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춰주는 거울인 그 십계명 앞에서, 자신의 죄악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새롭게 은혜 받고, 날마다 삶의 자리에서 그 하나님의 계명을 지켜나가기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십계명은 성경에서 유일하게 여호와 하나님께서 직접 시내산에서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말씀하신 것이며, 친히 자신의 손가락으로 두 돌 판에 기록하여 주신 10가지 말씀이다. 특별히 언약궤 안에 넣어 지성소에 보관토록 하신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십계명의 존귀함과 엄위성을 분명하게 말해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의 언약백성과 함께 하시며 임재하심에 대한 약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시무했던 교회에서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교회당 앞에 익명 성도의 헌물로 웅장한 십계명 돌비를 세워놓았다. 성도들만 아니라 오가는 행인들도 보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선물인 십계명에 대해 조금이나마 깨닫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의도에서였다. 또한 은퇴 후에 시무했던 교회가 희년을 맞이하는 금년에는 희년(레 25장)이 십계명 준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졸저지만 희년에 대한 책을 집필, 발간하여 성도들과 나눈 바 있다. 이어서 십계명에 대해 나름대로 폭넓고, 깊게 연구하고 묵상하면서 새롭게 깨닫고 있다. "십계명은 고리타분한 옛날 옛적의 계명이 아니라 현대의 모든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말씀하시는 살아있고 적실성 있는 하나님의 계명이다."

무엇보다도 산상수훈에 나타난 십계명에 대한 예수님의 온전한 해석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 앞에 벌거벗은 모습, 비참한 모습으로 세워진 필자 자신의 타락한 실존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사도 바울의 절규가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어서 예수님께서 보혈의 의로 죄인 중의 괴수인 필자를 덮어주시며,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말라'(요 8:11) 하시는 음성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한 번 십계명에 담긴 하나님의 깊은 뜻과 명령을 따라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곤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예수쟁이라고 하면 싫어하면서도 그 신실성은 믿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금융에서까지 목사, 장로, 교인이라고 하면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한다고 한다. 세상의 조롱거리와 걱정거리로 전락한 우리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려면 다른 길은 없다고 본다. 우선 목사, 장로, 성도들, 이런 순서로 각자 십계명 앞에서 철저히 회개하고, 새롭게 은혜를 받고 삶의 현장에서 지키기에 힘쓰는 것부터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리라고 믿는다.

부디 새해를 계기로 교회마다 '십계명'이라는 옛 우물에서 깊고 시원한 생수를 길어 마시므로, 다시 기력을 되찾아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활기 있게 새출발하기를 기도한다.



김충렬 목사/영세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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