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하늘

주머니 속의 하늘

[ 구름위의돌베개 ]

조수일
2019년 09월 19일(목) 09:42
주머니 속의 하늘



눈보라 들이치는 날 대로변, 어깨를 툭 쳐오는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장난기 가득 실린 채 훔쳐보다가

보풀들만 기생하는 호주머니 속 무례히 손 넣어오는

정글 같은 온기 훅, 끼쳐오는

어느 한 사람이 있어



내 살갗 같다고

더러 일렁이는 말을 일렁이지 않게 일러줄

한 사람이 있어



곧잘 풀리는 손가락 은밀히 쥐여 주는

어느 굳센 손가락 다섯이 있어

시나브로 춤추는 황홀한 숲이 있어



그 손가락에 기대어 숲으로 늙어도 가고픈

주머니 속

나의 하늘은 테두리 없는 숲, 이외다



조수일 시인/제3회 기독신춘문예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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