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서 자란 나무 십자가, "세상에 반듯한 십자가는 없다"

신덕교회 박종윤 목사 '성전에서 자란 나무 십자가 전시회'
14일까지 부평제일교회 카페서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2월 06일(월) 09:47
박종윤 목사가 전국의 나무들로 만든 나무 십자가.
'성전에서 자란 나무 십자가'전이 열리는 부평제일교회에서 '성전에서 자란 나무'로 십자가를 제작한 박종윤 목사(사진 좌)와 손호산 목사가 함께 했다.


도시교회와 농촌교회가 손을 잡고 특별한 '도·농상생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 3일 '성전에서 자란 나무 십자가'전이 열리는 부평제일교회(손호산 목사 시무) 카페 코이노니아에서 손호산 목사와 박종윤 목사를 만났다. 도시와 농촌의 두 목회자는 오랜 시간 선후배 간의 우정을 이어가며 서로의 사역을 응원하는 막역한 사이다.

손호산 목사는 박종윤 목사와 성도들이 제작한 '성전에서 자란 나무 십자가'를 지역의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카페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농촌을 섬기는 박종윤 목사를 응원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평생 농촌교회를 섬기셨던 아버지를 존경했다"는 손 목사는 "농촌교회의 헌신과 수고가 있기에 지금의 도시교회가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농촌교회에 빚진 자로 농촌교회를 섬기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고, 특히 이번 전시는 도·농교회 협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뜻깊은 전시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농촌교회 섬김에 앞장서고 있는 손 목사는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며, 카페 수익금을 농촌교회 선교비로 책정하고 박 목사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손 목사는 "교회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고,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만큼 관람료는 교회가 내는게 맞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박 목사는 "선배 목사의 배려와 응원에 힘이 난다"고 마음을 전했다.

십자가는 카페와 교회 주변에 300여 개가 전시됐다. 이번에 전시되는 모든 십자가는 '성전에서 자란 나무'로 제작됐다.
성전에서 자란 나무십자가는 거칠고 투박하다. 곳곳에 상처투성이로 가득하다. 혹독한 세상 풍파 무심이 이겨낸 세월의 흔적이 휘어지고 잘리고 꺾어진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러나단단하고 견고했다.

"한전에서 전기배선을 정리한다고 교회에서 자란 배롱나무를 베어냈어요. 너무 아쉬운 마음에 어르신들 지팡이를 만들었는데 무겁고 불편하더라고요.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성전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십자가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목공장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톱으로만 하루 5시간씩 십자가를 만들었다.
 코로나19로 교회의 모든 사역이 중단된 상태에서 우연히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한 박 목사는 "나무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신 주님을 깊게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교인들과 함께 십자가를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만든 십자가의 은혜를 지역의 목회자들과 나누고 싶어 교회와 노회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성전에서 자란 나무 십자가'의 열기는 뜨거웠다. 소식을 들은 목회자들이 곳곳에서 나무들을 기증했다. 강원도 울릉도 백령도 제주도 충정도 경상도 전라도 등지에서 백일홍 영산홍 주목 장미나무 커피나무 메타쉐커이아 느티나무 벚나무 고로쇠나무 보리수나무 매실나무들을 보내왔다. 그 나무들을 벗기고 잘라 만든 십자가는 다듬어지지 않았다. 아니 다듬지 않았다. 좁고 거친 돌길 같다.

최대한 나무 고유의 모습을 살리기 위한 박 목사의 원칙 때문이다. "바람과 태풍에 찢기어 나간 그대로를 담아내려고 했다"는 박 목사는 "사포나 그라인더 작업을 최소화 해 나무 고유의 색상을 지켜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칼로 베인 자국, 벌레에 갉아 먹힌 흉터들.

손호산 목사는 "나무마다 결이 있는데 박 목사의 나무 십자가는 그 결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보인다"면서 "곳곳의 썩은 상처를 보는데 예수님의 고난이구나 생각들었다. 그래서 너무 아름다웠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에 빠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십자가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있고 스토리도 있다. 12가지의 가지가 있는 '12제자 십자가'. 수차례 베어질 뻔한 위기를 겪어낸 가지를 보면서 박 목사는 '베드로'를 생각했다. 벗겨진 나무 껍질 사이로 우물가의 여인이 보이고, 기도하는 예수님이 담겨진다. 꼬인가지의 십자가에 "꼬여버린 내 인생 같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성도들도 있다. 반듯하고 군더더기 없는 십자가는 없다. 아름답지 않아서 아름다웠고, 화려하지 않아서 특별했다.

"십자가는 반듯하기만 할 수 없어요.십자가는 고난이지만 소망이기도 합니다. 처음 십자가를 만들 때는 예수님만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고통 가운데서 신앙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성도들이 보였어요.고통스러워도 달려가려는 신앙의 사람들이요. 성전에서 자란 나무의 십자가에 담긴 하나님의 큰 뜻일까요?"

박 목사는 꿈이 있다.
"십자가 동산을 만들고 싶어요. 그 곳에 게스트 하우스를 지어서 선교사님들을 편히 모시고 싶은 마음도 있고, 무엇보다 그분들이 갖고 오신 전 세계의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어서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교회를 방문하는 분들께 작은 십자가를 만들어 기념품으로 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성전에서 자란 십자가 전시회는 오는 14일까지 부평제일교회에서 열리며 이후에도 오는 2월까지 서울과 각 지역에서 순회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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