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손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존재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4)

홍우림 작가
2021년 04월 07일(수) 10:00
세계 최대 빈민국 중인 아이티, 그중에서도 아이티 사람들도 가기 꺼려한다는 시티솔레. 마을은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직업을 구하는 것이 어렵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도 제한 적이라 마을에서 사람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도 매우 독특하다. 그중 가장 인상깊은 것은 바로 '불'이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곳저곳에 불을 피워두는 것이다. 처음엔 왜 마을 곳곳에 불이 있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철 쓰레기들, 버려진 타이어들을 긁어모아 그것을 태워 그것에서 구리 같은 작은 요소를 추출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거나 팔아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문제는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기다. 마을 곳곳에 이런 불들이 커지면 온 마을은 어느새 매연으로 가득해진다. 이 연기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좋지 않아 나도 촬영하는 내내 버티기가 몹시 힘들었다. 연기 속에서 한참을 촬영하던 중 우연히 한 장면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저 멀리서 한 아버지가 아들의 손목을 굳게 잡고 자욱한 연기 속을 빠져 나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묵묵히 아들을 이끌고 앞이 보지 않는 연기 속을 계속 헤쳐나갔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어 나도 모르게 그들의 발걸음을 계속 따라가며 프레임에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아들, 그리고 그의 손을 굳게 붙잡고 나아가는 아버지. 나는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아버지의 손과 발걸음의 무게를 느낀다. 아들만큼은 앞이 보이지 않은 이 어둡고 험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 때로는 우리가 처한 막막한 현실이 앞을 가로막고 어디로 가야할지, 이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헤메이고 있을 때 그 손을 굳게 잡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렇게 부자는 내게 많은 여운을 주고 어느덧 희미한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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