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가 본 살구나무는 아몬드였다(하)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6

이강근 목사
2021년 03월 03일(수) 13:04
겨울철 우기에 제일 먼저 피는 아몬드나무(살구나무) 꽃.
2월의 성지 산야에 아몬드 꽃이 만발한다. 우기의 겨울철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아몬드나무는 꽃이 필 때 많을 물을 필요로 한다. 여름에는 덮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춥고 습한 중동의 날씨가 아몬드 재배에 제격이다. 그래서 아몬드의 원산지가 중동이다. 특히 모든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을 때 유독 아몬드만이 피는 꽃을 피우는데, 무엇보다 앙상한 가지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기에 더욱 돋보인다.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아몬드가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 한글성경에서는 아몬드나무가 낯설다. 성경의 아몬드를 우리 한글성경에서는 살구나무로 번역돼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예레미야 선지자가 말한 살구나무다.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 하시매 내가 대답하되 내가 살구나무(아몬드) 가지를 보나이다.(렘 1:11)"

여기서 예레미야가 본 살구나무가 히브리어 원문에선 '샤케드'다. 히브리어 원문은 이렇게 대화한다. "하나님이 무엇을 보느냐 물으셨을 때 예레미야는 샤케드(아몬드)를 보나이다라고 대답한다. 하나님이 이에 다시 말씀하시기를 내가 내 말을 쇼케트(지키다)하겠다고 말씀하신다." 히브리어 성경에서만 알아볼 수 있는 언어의 유희다. 히브리어 '샤케드'는 아몬드란 뜻이요 '쇼케드'는 지키다라는 뜻이다. 그럼 왜 이 아몬드를 살구나무라고 번역했을까? 원산지가 중동인 아몬드를 당시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몬드나무나 살구나무의 꽃은 비슷하다. 성지순례에 오신 분들이 아몬드나무를 보고 살구나무로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열매가 맺히기 전까지 모든 것이 살구나무처럼 보인다. 대신 아몬드와 살구는 열매에서 달라진다. 살구나무는 열매를 먹고 속에 씨앗을 버리지만, 반대로 아몬드는 겉을 감싸고 있는 씨앗을 먹는다. 성지의 중앙산지에서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로의 산야에 정말 많이 자라고 있는 아몬드는 수확하지 않으면 일년 내내 달려있다. 그래서 하나 따서 껍질을 까보면 썩은 듯 한데도 먹음직한 아몬드가 나온다.

아몬드는 지명으로도 나온다. 바로 벧엘의 옛 이름 루스다(창 28:18~19). 벧엘 인근의 딸감나무집에서 큰 통나무 덩이를 발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올리브나무 같다. 이름을 물어보니 '로즈'라고 한다. 영어로 장미인가 싶었다. 하나 구입해 차에 싣고 베들레헴 올리브 목각집에 가져가 보여줬더니 올리브나무란다. 올리브나무로 착각한 이 나무는 사실 아몬드나무였다. 매일 만지는 올리브 목각 전문가들도 착각할 정도로 아몬드와 올리브의 나무 통은 비슷하다. 그런데 이 로즈는 바로 벧엘의 옛 이름 루스의 아랍어 발음이다. 알고보니 벧엘의 옛 이름이 아몬드라는 이름의 루스였다. 그러고 보니 벧엘 지역에 아몬드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인 듯 하다. 아몬드의 원산지가 바로 중동이었고 그 이름을 가진 지역이름이 바로 벧엘이었던 것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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