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 논문,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교수 존 마크 램지어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 관련 페미니스트 성명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2월 21일(일) 12:03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일본법 교수 존 마크 램지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논문이 국제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존 마크 램지어 교수는 오는 3월 간행 예정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드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제 65권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1월 28일 램지어 교수의 동의로 논문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포함한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업의 연장선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를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며 이익을 위해 일본군과 계약을 맺고 매춘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문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활동을 펼쳐온 정의기억연대(이사장:이나영)는 지난 17일 1479번째 정기 수요시위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용기 내 증언한 피해자들의 증언, 연구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진상규명 및 연구 성과, 유엔(UN),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의 보고서와 권고를 고려하지 않고 일본 정부의 왜곡된 주장만 소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생존자복지위원장으로 활동한 정태효 목사(성수삼일교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성범죄'이며 성착취 증거는 충분하다"면서 특히 "하버드대 총장이 '학문의 자유'라고 한 것은 지독히 폭력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교계가 왜 잠잠한지 이해 할 수 없다"면서 한국교회여성연합회를 시작으로 37개 여성단체들이 연대해 정대협을 결성하고 '위안부'문제 해결에 앞장선 점을 강조했다. 최근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리한 것과 관련해서는 "할머니들이 빠른 시간 내에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일본을 압박할 수 있게 교계가 입장을 밝여야 한다"면서 "할머니들의 호소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교회가 또 다시 침묵하면 훗날 역사의 평가에서 비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세계 여성들도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일본·필리핀·영국·뉴질랜드·호주 등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운동, 흑인인권운동, 미투운동, 반식민주의 운동과 연대하는 국내외 페미니스트 연구자와 활동가, 단체 등 1300여 명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현대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의도적 역사 부정 및 왜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중 자행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인 분석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의 주장은 피해 여성들에게는 2차 가해이고 성노예제가 남긴 깊은 상흔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는 폭력적 행위"라고 지적하며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기관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유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서에는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의 피해를 줄이고 다양성과 평등 진작을 위한 학내 공동체 지침을 구축하고 강화할 것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과 행위를 관련 대학 규정 및 Title IX의 위반사항으로써 적극적으로 조사할 것 △학내 다양성 등을 지원하고, 역사적 차별은 물론 현재의 구조적 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를 촉진할 것 △학내 성폭력 생존자 지원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신고체계 및 재원을 마련하고, 성폭력 불처벌을 종식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제도적 조치를 시행할 것 △전범 기업에 투자하거나, 투자받는 것을 지양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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