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이 큰 환상적 영상

[ 제19회 기독신춘문예 ] 시 심사평

박이도 교수
2021년 01월 13일(수) 10:00
시부문에 응모 인원은 현저하게 줄었으나 응모자들의 작품 수준은 월등히 좋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신앙에 들려주는 러브레터' '버려진 돌 하나가' '부끄러운 하루를 보낸 오늘 가을이 찾아왔다' '늦가을, 나뭇잎의 기도' '겨울열차, 고독을 싣고' 등이었다. 이 중에서 당선작으로 '겨울 열차, 고독을 싣고'를 골랐다.

서사구조에 담은 예수탄생의 드라마이다. 고독은 원죄(原罪)를 지고 태어난 자들의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모티브로 극화(劇化)한 것이다. 스케일 큰 환상적 영상을 보여준다.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고독한 영혼들에게는~크리스마스 캐롤 송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구절처럼 시적 화자는 좌절하지 않고, "영혼의 목적지를 잃어버린"자들을 겨울열차에 태워 "새로운 세상 밖으로 자꾸만 몰아간다"고 했다. 고난의 기관차는 예수님을 상징하고 우리 고독한 영혼들을 하늘나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닌가?

'늦가을, 나뭇잎의 기도'는 '겨울 열차~'의 서사구조와는 궤를 달리한 순연한 서정시의 전범이 된 작품이다. 당선작에 이어 가작으로나마 올려 여러 경향을 선보이고 싶었다. 이 작품은 서정시의 요체가 되는 자연의 사물에 동화(同化)되어, 순명의 노래를 부른다. 자연에의 순명(順命), 그것은 신에의 순명이다. 화자는 나뭇잎이 되어 순진무구한 무심(無心)으로 자연 속에 녹아들어간다. 단순, 간결한 언어구사가 화자의 감정 노출을 억제하면서 인상적인 서정시를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 외에 '언덕길을 오르며'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를 향해 오르던 현장을 순례하는 장면을, 무겁고 침울한 감정이 아니라 소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발을 씻고 신발을 신으세요"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본 것이다.

끝까지 선자를 고심케 했던 작품들 가운데 '신앙에 들려주는~'는 '그대'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해학적이고 우의적인 이야기로 전개된다. 잠자는 이의 모습을 보며 화자의 신앙적 고백을 끌어내는 작품이다. '버려진 돌 하나' 등의 작품들은 구상이나 쓰인 시어들의 짜임새가 시적 감흥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부끄러운 하루~'는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자신의 내밀한 일상을 돌아보며 참회와 명상의 시간을 펼쳐 낸 작품이다. 또 '바다의 비명' '시를 짓다' 등도 기록에 남기고 싶은 작품들이었다.



시 부문 심사위원 박이도 교수/전 경희대 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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