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사표, 곰팡이 청소…개척 힘들지만 그래도

총회 교회개척훈련 컨설팅 16개 소그룹 모임 진행, 비전과 핵심가치 공유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11월 22일(일) 20:48
"교회 개척 후 아내가 '사모 사표' 내겠다고 했어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미안하면서도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개척교회 A목사)

지난 20일 서울 꿈꾸는교회(고형욱 목사 시무). 총회 교회개척훈련 제24기 과정 중 목회 컨설팅에 참여한 목회자들이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목회자라는 직분 때문에 그 어디에서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가족 간의 불화를 꺼낼 때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기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고백했고, 교회 개척 과정 중에 겪은 애달픈 사연을 가감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나누기도 했다. "지난 5월 상가 지하에서 개척을 했어요. 곰팡이를 닦고 다닐 수밖에 없는 환경과 상황에 눈물로 기도하면서 '곰팡이 정도 겪어보지 않고 목회하겠다고 다짐한 목회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권역별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컨설팅은 11월 17~26일까지 수도권과 중부권, 서부권과 동부권 등 총 16개 교회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진행된 첫 온라인 '교회개척훈련'을 이수한 목회자들이 그룹 모임을 통해 비전과 핵심가치를 공유하며 개척 교회의 실제 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날 컨설팅에 참여한 한 목회자는 목회 사역을 감당하는 데 있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전도하고 양육할수록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낀다. 변하지 않으려 하는 완고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사랑이 없으면 설교도 양육도 지적질에 불과한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절감한 나의 부족한 사랑을 하나님께 구하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사전에 작성한 목회계획서를 통해 교회 개척 동기와 교회의 비전, 핵심 가치 등을 상세히 소개했고, 예배를 위한 설교의 구성, 목회자 개인의 시간관리와 경건훈련 방법 등을 공유했다. 교회 운영을 위한 재정충원 방안과 목회자 리더십 유형에 대한 성찰을 통해 실제 목회 현장에서 겪고 해결해야 할 문제의 답을 찾기도 했다. 특별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개척교회의 역할과 대안을 더욱 구체화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안 마련도 고민해 나갔다.

이날 컨설턴트로 나선 꿈꾸는교회 고형욱 목사는 개척교회의 비전과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중적인 목회자의 모습을 탈피해 목회자 각자가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그는 "교회 개척을 혼자 준비하다보면 객관성이 떨어진다. 교회개척훈련 컨설팅 과정은 비전과 가치를 객관화하는 작업이고, 구조를 다시 세워가는 시간이기에 너무 중요하다"며 "교회의 비전과 핵심가치가 선명하게 세워지면 위기의 순간, 결정적인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교회의 방향, 이정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히 개척교회 목회자는 '삶'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고 분석한 고 목사는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다. 하지만 삶이 목회이자, 사역이 되면 자유할 수 있다"며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강단과 삶에서의 차이를 더욱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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