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권력과 동행했을 때 실패

[ 공감책방 ] 로드니 스타크의 종교사회학 책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

최아론 목사
2020년 11월 19일(목) 16:03
# 설득력 강한 재미있는 교회사

교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절이다. 불투명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교회의 마음은 기대보다는 불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음을 바라봐야 할까? 보통 이런 시절에 과거를 읽으라고 하는 일, 역사를 읽으라는 일은 당연하면서도 진부해 보이는 말이다. 과거를 읽으면서 통찰과 깨달음을 얻기가 쉽지 않고, 앞을 바라봐야 하는데 뒤쳐지는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로드니 스타크의 책들은 읽는 동안 그런 불안함을 잠시 내려놓게 해준다. 그의 책들은 종교사회학이라는 딱딱한 부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숫자와 도표를 싫어하는 목회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매우 가독성이 좋은 자료들만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여러 책이 번역되고 연구서도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기독교의 발흥」, 「우리는 종교개혁을 오해했다」,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다. 시대 순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세 권 다 읽어도 좋지만, 가장 최근에 번역된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는 앞의 책의 상당부분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두껍지만 한권에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초대교회의 구성원이나, 콘스탄티누스의 개종, 종교개혁과 같은 이야기들을, 익숙하지 않은 통계의 숫자와 다른 방식의 읽기로 접근하는데, 그 방식들이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는 교회사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초대교회의 구성원에 대한 고린도전서 1장 26절을 보자.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이 문장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보면 초대교회의 구성원 중에 지혜로운 자, 권력이 있는 자, 가문이 좋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당시 세계 구성원들의 문맹률과 비교해 볼 때 그리스도교는 결코 하층민들의 종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 말씀과 신앙의 힘 위에 '열정' 더할 때 승리

교회의 역사들 중 십자군이나 암흑의 중세와 같이 교회의 흑역사로 치부하고 있는 시절들에 대해 로드니 스타크는 헌신적인 동기와 창의성과 같은 순기능들이 있다고 이야기하여, 외부에서 바라본 시선들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종교개혁을 읽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루터의 개혁 이전은 오히려 가톨릭이 국가 교회로서의 기능보다는 부패한 종교집단이었다면, 개신교의 등장은 국가 권력이 종교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이 구교와 신교 모두에게 확산성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물론 국가의 도움으로 얻게 된 교회의 영향력들은 추후 유럽교회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저자의 전공은 미국종교사회학이다. 그러다보니 미국교회에 대한 분석이 구체적인데, 유럽교회의 국가 주도와 다르게 미국교회는 시장경제와 마찬가지로 작동하는 교회의 열정들이 오히려 교회의 영향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현재도 더 열정적인 교회들은 여전히 부흥하고 확산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교회들과 상당부분 닮아 있는 한국교회는 사회와의 관계성, 교회들 간의 연대보다는 각자도생 혹은 개교회의 열정으로 자생해왔다. 슬프지만 이것은 위기의 순간들에 교회의 존재의 단단한 기반이다. 도움 받을 곳 없고, 오히려 사회적 비난들에 직면한 교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열심을 낼 것이고, 그동안의 비대면에 대한 반성처럼 오히려 모이기에 힘쓸 것이다.

로드니 스타크의 권면들에 따르자면 세계의 근대화에 따라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무신론 학자들이 품고 있는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20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교회는 권력과 동행하였을 때 실패했고, 말씀과 신앙의 힘을 믿고 열정을 더하는 순간 승리했다. 힘든 시절들이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 안의 열정을 회복해서 역사와 사회학이 주는 교회의 승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시절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아론 목사 / 옥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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